[기획] 하루 200p 널뛰기… ‘예측 불가’ 코스피에 개미는 ‘살얼음판’
변동성 확대에 투자자 혼란 가중
예탁금·신용융자 잔고 등 급증
증권사 내년 전망치 3000p 격차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밤새 미국 증시 동향을 확인한다. 출근길에는 프리마켓(개장 전 거래)을 살핀다. 장이 열리면 코스피가 1~2%씩 출렁이는 탓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루 변동폭이 10%에 달하는 SK하이닉스나 에코프로 주가를 보며 매수·매도 타이밍을 고민하다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잦다. 증권사의 전망도 제각각이라 혼란스럽기만 하다.
#. 30대 직장인 B씨는 비트코인에 넣었던 자금을 틈날 때마다 주식계좌로 옮기고 있다. 국내 증시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총알’(예수금)을 채워둔 것이다. ‘오늘이 저점’ 같다는 생각에 당장 개별 종목을 매수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론 매수가가 고점일 것 같아 두렵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연중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하루에도 수백 포인트(p)씩 급등락하는 등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잃었다. 증권사들조차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3000p 이상 차이를 두고 제시하는 등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일 평균 변동률은 2.41%에 달했다. 지난달 1.33%에서 이달 들어 1.08%p 증가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도 200p씩 등락하며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코스피 일간 변동률은 일별 종가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전일 대비 당일 종가의 등락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분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중 변동률(당일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저가 평균으로 나눈 비율)과 함께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 등락 폭이 크다는 뜻이며, 낮을수록 안정적인 흐름을 의미한다.
올해 1월 기준 코스피 일간 변동률은 0.9% 수준이었다. 이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2.07%까지 올랐다. 이후 2%대를 넘지 않던 변동률은 11월 들어 급격히 확대됐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차익 실현 매물과 외국인 수급 변화가 맞물리며 하루 등락 폭이 커졌다.
이날 역시 코스피 지수는 3%대 가까운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4124p로 개장한 코스피는 장중 4187선까지 치솟았으나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4060선까지 추락했다. 장 마감 직전 낙폭을 줄이며 4106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저점? 고점?… 골머리 앓는 개미들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하루에도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출렁이자 이른바 ‘포포’(FOPO·고점 공포)에 선뜻 증시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기자금만 쌓이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216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투자자예탁금도 85조7221억원으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두 달 사이 뚜렷한 매수 주체로 활약했던 외국인이 장중 포지션을 수시로 바꾸고 있다”며 “일방적인 매수나 매도세가 아닌, 방향성이 불분명한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관 역시 증시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제한에 걸려 추가 매수가 어렵다”며 “이들 종목의 비중이 펀드 내에서 이미 10%를 넘어 추가 편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수급이 묶여 있다. 외국인 수급 방향에 따라 변동폭이 커지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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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모른다”… 3000p 차이나는 증권가 전망
외국인 수급이 방향성을 잃자 증권사의 코스피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한 KB증권과 가장 낮은 전망을 내놓은 키움증권의 코스피 예상 밴드 차이는 3000p에 달한다.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타깃을 5000, 최고치를 7500으로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승장은 3저(저금리·저물가·저환율) 호황에 따른 밸류에이션 확장과 실적 사이클 진입으로 40년 만의 강세장 진입으로 판단한다”며 “장기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실적 변화에 따라 코스피가 75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의 근거로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401조원(전년 대비 36% 증가) △현재 코스피 PBR 1.4배로 여전히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 등을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은 내년 코스피 밴드를 3500~4500으로 잡았다. 코스피가 과거 ‘박스피’ 구간을 반복해왔던 점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이익 상승 사이클과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이 내년 시장에 선순환 효과를 줄 것”이라면서도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는 신성장 산업과 달리 전통 제조업 부문은 부진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목표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상품 가격 상승, 무역 마찰, 공급 제약 등 외생 변수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전망이 이토록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코스피가 대략적인 밸류에이션 범위 내에서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 틀을 벗어난 시장이 됐다”며 “이전 정권 시절 PER 10.5배, PBR 0.75~0.8배 수준에서 움직이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관론은 코스피 7500까지 열려 있다고 보는 반면, 과거 밸류에이션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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