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맛이 익어가는 가을, 남도 미식여행

◇자연이 차린 남도 식탁
최근 목포는 맛으로 들썩였다. 30년 역사의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한 단계 격상돼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가 교차하는 거대한 미식의 장이 펼쳐졌다.
‘자연이 차린 식탁, 남도; 지속가능한 미식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평화광장,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 박람회는 남도의 발효, 장, 해산물, 한정식 등 지역의 맛을 세계 푸드씬과 연결하는 무대로 주목받았다.
‘자연을 맛보다, 바다를 맛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셰프와 미식 브랜드, 로컬푸드 생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맛있고, 쿨하고, 심지어 유익하다”는 박람회 문구처럼 남도의 음식이 지닌 전통의 깊이와 현재의 생동감을 동시에 경험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된장과 젓갈의 향이 퍼지고, 바다를 주제로 한 요리쇼와 라이브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남도의 음식문화가 감각적으로 풀어졌다. SNS에는 “남도의 맛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걸 현장에서 실감했다”, “월드클래스 미식 스팟 등극”이라는 관람 후기들이 잇따랐다.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미식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박람회로 거듭난 이번 행사는 전통음식, 제철 식재료, 발효식품, 수산물, 로컬브랜드가 어우러져 남도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허브 역할을 했다.

순천에서는 한정식 차림의 음식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정식은 남도 밥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20여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에는 계절마다 다른 산나물, 갓 지은 밥, 젓갈과 장아찌, 생선구이와 탕이 오롯이 담긴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에는 세심한 손길과 정성이 깃들어 있어 천천히 식사를 즐기다 보면 남도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나주 곰탕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보양식으로, 맑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잡내 없이 고아낸 고기와 국물,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 단출한 구성은 화려한 반찬 없이도 한 그릇만으로 남도의 진심을 전한다. 담양 떡갈비는 남도의 대표적인 육류 음식이다. 다진 고기를 대나무 틀에 재어 굽는 전통 방식이 특징으로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이 살아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완도에서는 전복이 빠질 수 없다. 전복죽, 전복구이, 전복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전복 요리는 남해의 청정한 바다와 어민들의 손맛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흥의 대표 음식은 매생이국과 삼치회·구이, 장어탕·구이, 새조개 샤브샤브, 진석화 젓을 꼽을 수 있다. 남도의 청정해역에서 겨울에만 채취할 수 있는 매생이는 특히 거금도 월포 매생이가 유명하며 새해에 끓여먹는 매생이 떡국은 이색적인 먹거리다. 새조개 제철이면 고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각종 채소, 다시마, 멸치 등을 푹 끓인 육수에 익혀먹는 샤브샤브가 유명하다.

영광의 굴비 정식은 오랜 세월 전통 방식으로 말리고 숙성시킨 굴비구이가 중심이 된다.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 굴비 한 점에 따끈한 밥 한 숟갈을 얹으면 남도 밥상의 깊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자연과 계절, 전통과 정성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남도의 음식. 한 상 차림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바다와 들판, 산에서 건져 올린 재료에는 그 지역의 숨결과 정성, 자연의 시간이 녹아 있다. 맛기행을 통해 오감으로 체험하는 남도의 맛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달콤한 여정, 전남 빵지순례

빵지 순례는 유명 프랜차이즈 대신 지역의 재료와 스토리를 담은 로컬 베이커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으로, MZ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남은 해풍을 맞고 자란 농산물, 갓 수확한 과일, 고소한 잡곡 등 빵과 잘 어울리는 재료가 풍부해 ‘지역 빵’의 매력을 살리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전남의 빵지 순례는 단순한 먹거리 탐방이 아니라 지역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손맛이 담긴 ‘스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빵집마다 간판, 인테리어, 빵 모양에도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 있어 마치 작은 전시장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지역 베이커리 지도’를 제작해 여행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해 빵지 순례 코스를 짜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수에서는 지역의 명물인 돌산 갓과 고구마를 활용한 빵이 눈길을 끈다. ‘갓빵’은 짭조름한 갓김치와 치즈, 햄을 넣어 짭짤한 간식으로 즐기기에 좋고 ‘고구마빵’은 부드러운 빵 속에 고구마 필링을 듬뿍 넣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광양은 매실의 고장답게 매실을 활용한 디저트와 빵으로 유명하다. 광양 매실파이는 매실잼의 상큼함과 파이의 바삭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산뜻하게 터진다. 매화꽃을 형상화 한 매화빵도 특별하다.
나주는 배의 고장이다. 나주배를 활용한 배빵은 배의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향을 그대로 살려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배를 얇게 저며 속에 넣거나 잼이나 크림치즈로 만들어 필링에 사용해 부드러운 빵과 상큼한 과일 맛이 어우러지는 조화가 독특하다. 담양은 대나무와 쑥으로 만든 건강빵으로 주목받는다. 대나무빵은 대나무 수액을 활용해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쑥빵은 향긋하고 쌉싸래한 쑥 향이 입안에 퍼져 담양 특유의 자연미를 느끼게 한다. 구례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밤과 구례밀을 사용해 만든 특화빵 ‘밤파이’가 인기를 끈다.

전남 곳곳에 스며든 맛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풍경이 달라진다. 천천히 걸으며 맛을 보고 향을 맡고 이야기를 듣는 여정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되기도 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광주일보DB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