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순간, 끝난다”… 직장 내 젠더폭력, 4년째 ‘침묵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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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면 신원이 노출될 것 같아요."
직장 내 젠더폭력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바뀌었다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그나마 올해 설문에서는 '직장 내 성범죄 위험이 높다'는 응답이 줄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늘어난 점이 부분적인 개선으로 평가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인식보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법과 조직문화의 언어가 바뀌어야 피해자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직장 내 젠더폭력이 여전히 '인식의 문제'로 머무는 한, 일터의 변화는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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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면 신원이 노출될 것 같아요.”
“그다음부터 회사생활이 어렵다고 봐야죠.”
직장 내 젠더폭력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바뀌었다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직장갑질119가 2022년부터 4년간 추적한 설문조사에서 ‘위험하다’는 인식은 줄었지만,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은 멈춰 있었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구조, 바뀌지 않는 조직문화가 여전히 현장을 지배했습니다.

■ ‘위험은 낮다’ 착시 속, 피해는 제자리
11일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2022~2025 직장 내 젠더폭력 실태 분석’ 결과, 직장 내 성범죄 위험에 대한 인식은 개선된 듯 보였습니다.
‘위험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줄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성추행·성폭행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힌 직장인은 여전히 10명 중 1~2명 수준이었습니다.
성희롱 경험률은 2022년 29%에서 올해 19.3%로 낮아졌지만, 성추행·성폭행 경험률은 17.3%→15.1% 이후 오차범위 내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숫자는 조금 바뀌었지만 체감은 그대로라는 말입니다.
■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 절반 넘어
가장 많은 답은 여전히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50.8%)였습니다. 이어 ‘동료와 항의했다’(27.5%), ‘회사를 그만뒀다’(10.4%) 순이었습니다.
정작 ‘회사나 노조에 신고했다’(7.3%), ‘경찰·고용노동부·인권위 등 외부기관에 신고했다’(2.6%) 등 적극적 대응은 미미했습니다.
직장인 절반이 피해를 느끼고도 아무 말도 못 한 셈입니다.
“신원 노출이 걱정된다”, “신고 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응답은 4년 연속 높았습니다.
신고자의 신원보장과 조직 내 보호막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올해 설문에서는 ‘직장 내 성범죄 위험이 높다’는 응답이 줄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늘어난 점이 부분적인 개선으로 평가됐습니다.

■ ‘바뀐 것 없는 직장’… 묵인 구조는 여전
직장갑질119 측은 “젠더폭력 대응 체계가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현실은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인사 불이익이나 팀 내 배제, ‘문제 일으킨 사람’이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가해자인지보다 누가 ‘분위기를 깼는지’가 문제로 취급되는 구조 속에서 폭력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노동전문가들은 “직장 내 권력구조가 성별 위계와 맞물리면, 폭력이 아니라 관계로 인식되는 위험이 커진다”며 “피해가 ‘사건’이 아닌 ‘인사문제’로 취급되는 순간, 조직은 문제를 덮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차별 시스템이 공고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온라인 성폭력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회사 메신저나 단체 채팅방을 통한 성희롱 발언, 비공개 단톡방을 이용한 성적 대상화 등 폭력 양상이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피해자들의 압박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폭력 형태에 대응할 제도 기반이 시급하다”며 “기존 오프라인 중심 신고 체계를 디지털 환경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필요한 건 인식이 아니라, 구조 변화”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규모가 작을수록, 계약이 불안정할수록 젠더폭력은 더 조용히 일어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인권위의 신고 절차도 길고 불투명해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가 피해자의 침묵을 되풀이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인식보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법과 조직문화의 언어가 바뀌어야 피해자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직장 내 젠더폭력이 여전히 ‘인식의 문제’로 머무는 한, 일터의 변화는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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