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 리메이크 하려면 이렇게는 만드세요[씨네리뷰]

■ 한줄평 : 장준환과는 완전히 다른 맛.
기괴한 웃음과 서늘한 분노가 동시에 작동하는 작품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부고니아’는 음모론, 자본 권력, 환경 파괴를 한데 결합해 인간 전체를 피고석에 올려놓는 블랙 코미디형 SF 스릴러다. 과잉과 냉소를 활용하지만, 극장 밖 현실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불편함을 남긴다.
‘부고니아’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한 영어권 리메이크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두 청년이 초국적 제약회사 CEO 미셸 풀러(엠마 스톤)를 납치하면서, 그가 인류 멸망을 기도하는 외계인인지, 혹은 분노의 대상이 잘못 지정된 희생양인지 끝까지 관객의 판단을 유보시키는 구조다. 란티모스는 원작의 전개를 유지하는 대신, 글로벌 불신과 정치·경제 환경을 현재 시점에 맞게 재배치해 ‘정상’의 기준 자체를 흔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광각과 어안 렌즈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촬영은 인물과 공간의 거리감을 의도적으로 벌려낸다. 같은 실내에서도 왜곡된 벽과 얼굴, 어긋난 시선이 반복되며 서사의 비정상성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폭력과 유머가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감정선을 과도하게 자극하기보다 일정한 불편함을 유지하는 방향을 택한다. 다만 일부 상징과 설명은 중첩되면서 이미 형성된 긴장을 불필요하게 소거하는 인상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전반의 설득력을 책임진다. 제시 플레몬스는 음모론에 중독된 테디를 밋밋한 말투와 무기력한 표정으로 표현하면서, 언제든 폭력으로 기울 수 있는 불안정을 동시에 제시한다. 엠마 스톤은 미셸을 단순한 악덕 경영자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하며, 책임 회피와 공포, 자기 방어와 오만함을 오가는 인물로 구축한다. 두 배우가 대치하는 심문 시퀀스는 무대극에 가까운 밀도로 이어지며, 작품의 긴장 축을 형성한다.
이야기는 벌과 생태, 노동, 계급 문제를 노골적인 해설 없이 장면 사이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음모론 서사와 경제 구조 비판, 환경 위기 인식이 큰 무리 없이 결합하며, 결과적으로 작품을 특정 국가나 지역의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는다. 장르적 재미를 전면에 두되, 다 보고난 이후 씁쓸한 잔상을 남기는 편이다. 특히 인간이 사라진 뒤 황량해진 지구에서 역설적으로 생명이 다시 피어나는 결말 시퀀스는 잔잔한 노래와 함께 건조하게 펼쳐지며 원작을 넘어서는 여운을 남긴다.
‘부고니아’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기이한 미학과 ‘지구를 지켜라!’의 유산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리메이크다. 기존 작품의 팬, 혹은 가볍게 소비되는 장르물보다 한 톤 더 독한 작품을 찾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선택지로 제시될 만하다. 현재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서형우 기자 wnstjr140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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