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쉽게 사형 선고하는’ 사형완화법 1차 통과

김지훈 기자 2025. 11. 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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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인 살해 ‘테러리스트’ 사형 선고 요건 완화 법안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국회에서 이스라엘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티트의 대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팔레스타인인에게 더 쉽게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의 검토를 허용했다. 이번 표결은 예비적 성격의 투표로 향후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법률로 공표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를 보면, 10일(현지시각) 크네세트는 연립여당 극우 오츠마 예후디트 정당 국회의원 리모르 손 하르멜렉이 발의한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요건을 완화한 법안을 1차 독회에서 39 대 16으로 통과시켰다. 다른 정당 의원들이 발의한 유사한 내용의 다른 법안 두 건도 통과됐다.

법안은 이스라엘 군사법원이 “인종차별”과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인의 부흥을 해칠 목적”으로 하는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다수결로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하기 위해선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의 만장일치로만 가능하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유대인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범죄자들을 사형시켜, 팔레스타인과 인질 협상으로 풀려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달 10일 휴전 협정에 따라 살인 등으로 복역 중인 250명의 팔레스타인 장기수를 풀어줬다. 이를 비판한 극우 정당의 소속 의원들이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법률안들이 크네세트에서 통과되기 위해선 앞으로 두 차례의 독회에서 표결을 거쳐야 한다. 1, 2차 독회 투표에선 당일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마지막 3차 독회 투표에선 전체 120석 중 과반인 61석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네타냐후 연립정부는 의회에서 60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률안 통과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법안 통과엔 야당 의원 일부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지난 7월 야당으로 넘어간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디) 정당인 ‘토라 유대주의 연합’(UTJ)에서도 신이 준 생명을 빼앗는 사형을 용이하게 하는 법엔 찬성할 수 없단 반발이 나온다. 지난 2015년과 2018년에도 극우 성향 의원들에 의해 재판부 다수결에 의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2018년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954년 민간법원에서 사형죄를 폐지했지만,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범죄, 유대인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할 수 있게 남겨뒀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 역사에서 처형을 당한 사람은 1948년 간첩 혐의로 사형에 처해진 육군 장교 메이르 토비안스키(사후에 무죄로 판결)와 1962년 유대인 학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독일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까지 두 명뿐이다.

야당에선 이 법안이 유대인을 죽이는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팔레스타인 사람을 살해하는 유대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인 개혁파 랍비 길라드 카리브 의원(민주당)은 “유대교 법에선 단순 다수결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문명화된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이 법안은 이미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에 엄청난 국제사회의 압박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제기한 의원이 소속된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이란 뜻)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이끄는 정당으로 6개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56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가자지구에서 추방하자는 극우 민족주의적 카하네주의 성향을 보인다. 실제로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법안이 예비승인 표결을 통과하자 국회의사당에서 복면을 의원들에게 나눠주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복면을 나눠주는 행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3일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된 것을 두고 “불법적인 시온주의 점령의 추악한 파시즘적 본질을 드러낸 행위로 국제 인도주의법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점령의 행태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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