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칩 재설계’ 악재…HBM 삼전·하닉 2강 체제로

박지영 2025. 11. 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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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엔비디아 HBM4 인증 난항
뉴욕주 클레이 팹 가동도 2~3년 연기
‘3사 각축전’ 예상 깨고 韓 투톱 구도
삼성전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와 HBM3E 실물 [연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문 폭증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기술력 저하와 신규 생산시설 구축 지연이라는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반도체 업계는 내년부터 HBM 시장을 두고 메모리 3사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마이크론의 후퇴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2강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6세대 제품인 HBM4 납품을 위한 엔비디아 인증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GF증권은 지난 3일 내놓은 분석 보고서에서 “마이크론이 엔비디아가 제시한 데이터 처리 속도인 ‘초당 10Gbps’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율 문제도 있기 때문에 HBM4 대량 출하 시점은 2027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마이크론이 HBM 전면 재설계에 돌입하면서 납품 시점도 2027년으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당장 내년부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1년을 주기로 HBM의 주력 세대가 빠르게 교체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마이크론의 납품 지연은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HBM4의 가장 밑 부분인 베이스 다이를 자체 D램 기술로 제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와 손을 잡고, 삼성전자가 자체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완성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베이스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여러 프로세서와 연결돼 통신하는 일종의 ‘두뇌’다. 파운드리의 초미세 로직 공정을 활용하면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은 물론 각 고객사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4부터는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자체 D램 기술 적용을 고수하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이 성사될 경우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성능에서 발목이 잡힌 셈이다.

마이크론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 건설하기로 한 반도체 팹(fab) 가동을 2~3년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팹 가동 시점은 2028년 중반에서 2030년 말로 늦춰졌다.

마이크론은 클레이 팹을 최첨단 D램 중심 생산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었다. 기존 5세대 10나노급(1β) 공정에서 차세대 7세대 10나노급(1γ) 로 직행하는 공격적인 기술 로드맵을 추구하고 있는데, 클레이 팹은 이를 구현할 핵심 공장이다. 하지만 노동력과 공급망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비스 팽창으로 HBM 수요가 계속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기업의 생산능력(capa) 확보는 필수 조건이다. 마이크론의 착공 지연은 결국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청주 M15X 공장을 조기에 오픈하며 내년부터 HBM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에는 전체 D램 웨이퍼 투입량을 월 60만장대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건설 재개 및 일부 라인을 HBM 전용으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내년 물량도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과 내년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고 했으며 삼성전자도 “2026년 고객 수요를 확보했고, HBM 증산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 요구 속도를 충족하며 HBM4 공급사로 공식 언급된 상태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대만 TSMC 체육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엄청나게 확대했다”며 “엔비디아는 메모리 제조사 3곳에서 가장 진보된 칩의 샘플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이크론과의 관계에 큰 문제는 없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였다.

다만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향 HBM3E 인증과 내년 HBM4 수출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 2026년에는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60% 정도의 견조한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을 제치고 점유율 2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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