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 심리, ‘주식 유무’ 양극화 심화…투자자는 낙관, 비투자자는 비관

“투자 수익 덕에 새 ‘포르쉐’를 샀다.” “기술주 급등에 돈 걱정을 덜었다.”
미국 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주식 부자들만은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비자심리지수가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는 경기 하강 우려에 대폭 하락했다. 지난 7일 미시간대에서 발표한 소비자 심리지수 잠정치는 11월 50.3으로 전월 대비 3.3% 하락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던 2022년 6월의 소비자 심리지수 역대 최저치 50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식량 지원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일부 저소득층은 마트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무료배급소에 의존하는 처지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하지만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의 심리는 달랐다.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조사 책임자인 조앤 수는 “소비심리 하락은 다양한 연령, 소득, 정치성향에 걸쳐 (똑같이) 나타났지만, 유일한 예외가 주식 보유 여부였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 보유량 상위3분위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주식 시장 강세에 힘입어 11%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식 보유율이 소비 심리를 좌우했다는 것이 조사진의 분석이다. 지난 10월 소비자 심리지수 조사에서도 주식 보유자들은 시장 전망을 더욱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도드라졌으며, 비투자자들은 더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식 투자자들은 돈이 많아졌다는 긍정적 생각만으로도 레스토랑 식사, 비즈니스 항공권, 주택 리모델링 등에 지출을 늘리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사례들을 보도했다. 주식·부동산 등 보유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소득은 그대로일지라도 부유하다고 느껴 소비를 늘리게 되는 ‘자산효과’다. 제이피(JP)모건체이스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관련 상위 30개 주식의 상승만으로도 지난 1년 동안 전국 가계 자산이 5조달러(약 7320조원) 증가했다.
67살인 릭 위치먼은 지난 3월 은퇴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 요동치는 주식 시장을 지켜보며 은퇴 자금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낙관론’ 속에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며 아흔살까지도 충분히 노후 생활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그는 올해 자가용 도요타를 팔고 테슬라를 리스했다. 링크드인·메타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잭 헨들린은 이번에 집을 고치고, 스페인 휴가도 다녀왔다. 그는 “(보유한) 기술주가 급등한 덕분에 돈 걱정을 덜었다. 대기업 직장인일 때보다 훨씬 적은 수입을 벌지만 더 편안하게 산다”고 말했다. 휴스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스콧 하이드 2세는 은퇴자금으로 비축해 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펀드 투자 수익이 지난 3년간 77% 급등했다며 “자금 일부를 인출해 1999년식 포르쉐를 샀고, 남은 돈으로 집을 살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털어놨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이같은 주식시장 호황의 혜택은 전체 주식과 뮤추얼 펀드의 87%를 보유한 상위 20%에게 주로 돌아갔다. 델타항공은 실적 발표 때 프리미엄 항공권 구매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코노미석 항공권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저가형 식당인 치폴레멕시칸그릴에선 저소득층과 중산층 고객들의 식사 빈도가 더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고용시장 불안정·물가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 이하는 허리띠를 조이는 가운데서도 부유층이 지출을 늘리면서, 미국 경제는 ‘케이(K)자형’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상위 30개 인공지능(AI)분야 주식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가 지난해 소비자 지출 증가분의 약 16%를 차지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는 “주식 시장 상승세가 경제에 주요한 활력을 불어넣으며 올해도 소비 지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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