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OSC로 공급혁신” - 경남 업계 “현실은 시기상조”
건설 경기 둔화로 인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탈현장건설(OSC)·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섰다. 현장 공정율을 최소화하고 공장에서 주택을 ‘생산’하는 방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건설 산업의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남 지역 건설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관련 기술력을 갖춘 지역 업체가 전무한 상황에서 자칫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나 제3의 제조업체에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OSC·모듈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탈현장건설(OSC) 공법은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조립만으로 건축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이 공법을 통해 공사 기간을 20~30%가량 단축해 신속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고소 작업을 크게 줄여 현장 안전사고 위험을 낮추고 숙련 인력 부족 및 고령화 등 건설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설계·감리·품질관리 등 법적 기준을 정립하고 250억원 규모의 R&D 사업, 매년 3000호 규모의 공공주택 발주 물량 확보 등을 통해 시장 마중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청사진과 달리 경남 지역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가 예고한 연 3000호 규모의 공공 발주 물량에 대해, 한 건설업 관계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며 “경남에 관련 기업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지금은 노동 집약적인 기존 산업을 개선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 거론되는 단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높은 진입 장벽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탈현장건설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드는 공장 설립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역 중소 건설사들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산업화가 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나와줘야 하는데, 지금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모듈러 주택’이 뭔지 되묻거나 농막 수준으로 생각하는 국민적 인식을 뛰어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으로서는 아직 (활성화가)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0 든다”고 덧붙였다.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관계자는 “만약 신축 시장이 전반적으로 모듈러 형식으로 전환된다면, 기존 건설업체들이 오히려 건설업체가 아닌 ‘제조업체’ 같은 제3자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솔직히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다. 신기술이 각광 받다가도 사장되는 경우가 있어 현재로서는 시장을 지켜보는 단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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