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업계, 韓 비관세장벽 철폐 ‘계속 압박’
총 16개…올 3월보다 내용 진전
감자 위험분석절차 지연 지적
유당분해유 수입 허용 등 담겨
검역개선 합의 탓 파급력 우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한 한국 정부가 검역절차 개선을 위한 대미 전담 데스크 신설에 나선 가운데 미국 농업계가 한국의 비관세장벽 개선을 재차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026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 작성을 위해 9월16일∼10월30일(현지시각)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총 167개의 의견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한국의 농업 관련 비관세장벽을 정조준한 의견서는 16개로 파악됐다.
◆미국 11개주산 감자 수입 초읽기…업계 “한국 행정절차 미진” 지적=USTR에 제출된 의견서 중 상당수는 올해 3월 관세 협상을 앞두고 수렴한 의견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미국의 전국감자협의회(NPC)는 올 3월 일본·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의 비관세장벽만을 지적했다가 이번에는 미국 11개주(州)산 감자에 대한 한국의 식물검역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11개주산 감자는 올 2월 총 8단계 수입위험분석절차 중 5단계인 병해충 위험관리방안 심의가 마무리됐고, 현재 6단계인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을 진행 중이다. NPC는 “2025년 6월까지 절차가 완료되길 기대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USTR이 시장 접근 요청을 모니터링하고, 우선순위가 빨리 확정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료업계 “반추동물 성분 반려동물 사료 수입 허용 위해 압박 필요”=미국 업계는 한국의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 정부는 올초 ‘반려동물 사료 수입위생조건’(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을 제정하며 그동안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발생을 우려로 막아왔던 반추동물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을 허용한 바 있다. 다만 수입 이전 미국 내 제조공장 등에 대한 현장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미국사료산업협회(AFIA)와 미국펫푸드협회(PFI)는 “개별 시설에 대한 현장 검사는 미국 업계가 지지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개별 시설에 대한 현장 검사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반해 제도에 대한 검사만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USTR이 나서달라는 의미다.
◆유제품시장 관심 부상…관세 협상 결과 평가도=미 축산업계에서도 새로운 요구가 분출됐다. 기존에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입 허용 조치가 주된 요구사항이었지만 이번에는 유제품시장에 대한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도 등장했다.
전국우유생산자연맹(NMPF)은 미국산 유당분해유와 유산균 첨가유의 수입 허용을 요구했다. NMPF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6년 ‘수입식품 안전관리 특별법’을 시행하며 해당 제품들의 수입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는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접근권에 변화가 없다”고 평가하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BSE 관련 제한 조치 해제 등이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미국쌀협회 “밥쌀시장 유통되도록 개입해야”=미국쌀협회(USA Rice)도 미국산 쌀이 한국 밥쌀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현재 한국은 연간 40만8700t의 쌀을 국가별 쿼터를 통해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중 미국산 쿼터는 13만2304t이다.
USA Rice는 “2023년 가을 이후 (한국에서) 미국산 쌀 공매는 재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의 쌀은 공매가 이뤄졌다”며 “이 때문에 저장 중인 미국산 쌀의 품질이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쌀값 폭락으로 2022년 9월부터 미국산 중립종 쌀 판매를 9개월간 중단했다가 2023년 6월 이후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산과 국산 쌀값에 차이가 없어 낙찰률이 저조했는데 USA Rice는 이를 한국의 의도적인 미국쌀 판매 중단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 올초 미국산 쌀 재고를 주정용으로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무역 약속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미 전담 데스크서 논의되나…수입 논의 본격화 우려=제출된 의견서는 내년 3월 공개될 ‘2026 NTE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검역절차 개선에 합의한 만큼 이같은 요구들이 이전과 다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협상에 대한 후속 조치와 관련해 “(농업계) 비관세장벽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했는데,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전담 데스크 역할이 어떻게 될지 미정이지만 미국과 협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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