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00년 터잡은 아마존 숲 불도저로 절단…보호한다더니, 명백한 위선”


“브라질 정부가 홍보하는 ‘숲 보호를 위한 기후총회’는 명백한 위선입니다.”
아마존 중심 도시 브라질의 벨렝 도심에서 차로 40분 떨어진 아나닌데우아 지역. 원주민 투리 오모니보는 마을의 아마존 원시림을 관통하는 4차로 고속도로를 가리키며 브라질 정부의 ‘거짓 친환경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원주민 삶의 터전인 숲과 식수원이 있는 자연보호 구역에 고속도로를 뚫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묻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울분이 느껴졌다.
‘숲 보전’ 구호 아래 숲 가르는 도로 건설



또 다른 원주민 바누자 두 아바카탈은 “300년 넘게 지킨 원주민 숲이 절단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바카탈과 오모니보는 도로에서 남쪽으로 1.4㎞ 떨어진 외부인 통제 지역에 사는 ‘퀼롬보 원주민 공동체’ 소속이다. 500명 남짓한 원주민은 자연 식생한 아사이 열매 등을 채취하거나 소규모 농업을 하며 공동체를 꾸려왔다. 아바카탈은 “마을 아래로 구아마강(아마존강 지류)이 흐르고, 위로 벨렝 식수원인 호수가 두 개(볼로냐, 아구아 프레타) 있어 농작물이 되는 자생 식물이 풍부하다”며 “우리에게 아마존과 자연은 생명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들 공동체의 신념은 “미래는 오늘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파괴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것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고도 했다.
오모니보는 고속도로 건설이 “‘발전’이란 이름으로 21세기 아마존 공동체를 ‘식민지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 원주민 침탈이 총칼을 들이대는 폭력으로 자행됐다면, 현재는 도로를 뚫은 뒤 도시화하는 방법으로 원주민을 쫓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오모니보는 “지난해 초 본격적인 도로 공사가 시작된 뒤 나무들이 잘려나가 열매 수확량이 줄었고, 지하수가 오염되는 피해가 생기고 있다”며 “숲에 시멘트를 붓는 식민지 시대 만행이 계속된다면 아마존은 식물과 야생동물이 사라지고 원주민이 살기 힘든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완공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도로 반대편에는 벌써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송전을 위한 대형 변전시설도 들어섰다. 오모니보는 고속도로 주변 버려진 빈집들을 가리키며 “이미 주민 수십 가구가 쫓겨났다”면서 “아마존 숲이 도시로 변한다면 기후대응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삶이 아닌 이윤을 위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먹여 살리는 땅을 존중할 때에야 비로소 미래가 가능하다”고도 강조했다.
소외된 빈민촌…양극화 키우는 기후총회


떼하 피르미 마을은 아마존 도시 탄생의 아픔을 담고 있다. 도시 개발로 마을에서 쫓겨난 원주민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에 온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모여들면서 빈민촌이 형성됐다. 인구수는 약 7만명으로 벨렝 인구의 5%가 살지만, 무허가 판자촌이란 이유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바티스타는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낸 탓에 동네 온도가 주변 공원보다 3도 이상 높다. 주민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 세계 사람들은 아마존 기후총회장 인근에 나무 한 그루 심을 공간도 없는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기후총회를 계기로 부자 동네에 새 공원을 조성되거나 편의시설이 늘었다. 고가 아파트와 쇼핑몰이 모인 도카 지역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수변 공원 시설을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벨렝이 속한 파라주 정부는 수목을 늘리겠다며 도심 곳곳에 높은 금속 조형물 위에 화분 수십 개를 얹어 놓고 덩굴 식물을 드리운 ‘공중 나무’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그 괴상한 모습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짝퉁 가로수’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테하 피르미 마을회관 옥상에선 무너질 듯한 판자촌 뒤로 높게 솟은 도심 속 빌딩들이 보였다. 바티스타는 “기후총회는 호텔업자와 부자 동네 배만 불릴 뿐, 우리 같은 이들은 더 큰 차별을 받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벨렝/옥기원 기자
o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옥새 보관함, 윤석열 관저로 ‘포장 이사’…조선왕실 공예품 9점 줄줄이
- [단독] 윤상현, 윤석열 전화받고 “여성에 인색했다, 김영선 공천” 강행
- ‘내란 가담’ 혐의 박성재 구속영장 또 기각
- [속보] 내란 선동 의혹 황교안 구속영장 기각
- 추경호 “특검, 표결 방해 증거 못 찾으니 억지 논리로 짜 맞추기”
- 종묘 앞 개발 논란 다시 부른 ‘오세훈의 초고층 사랑’
- 충청·남부 내륙 짙은 안개 주의…낮 최고 19도까지 올라
- 군 중장 20명 진급 교체…내란 여파 ‘비육사’ 다수 발탁 눈길
- [단독] 아마존 기후총회에 ‘벌거벗은 트럼프’ 등장…“세계를 망쳤다”
- 43일 셧다운 여파…미 10월 고용보고서에 실업률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