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과 이주민, 프로에서 뽑아주실 거라고 믿어요"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의 변
[점프볼=조원규 기자] 성균관대가 6년 만에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에 올랐다.
팀 창단 이후 처음 결승에 올랐던 2019년. 준결승에서 고려대를 이기고 연세대와 결승전을 치렀다. 이번에는 연세대를 준결승에서 누르고 고려대와 최후의 일전을 맞이한다.

준결승에서 2점 슛 성공과 성공률, 3점 슛 성공과 성공률, 리바운드, 어시스트 모두 연세대를 압도했다. 무려 6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강성욱, 구민교, 이제원 Big 3가 43득점을 합작했다.
이건영, 이주민, 구인교도 43득점을 합작했다. 수비와 궂은일에 집중하면서 올린 득점이라 그 가치는 더 컸다. 특히 이건영과 이주민의 초반 활약은 연세대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 대담했던 이건영, 영리했던 이주민
11월 8일의 연세대 체육관으로 가보자. 성균관대가 경기 첫 득점을 올렸다. 이건영의 어시스트 패스를 받은 이제원이 자유투를 얻었다.
연세대 이주영의 3점 슛으로 3-3 동점이 된 상황. 이주민의 적극적인 공격리바운드 참가로 다시 공격 기회를 잡았다. 이주민은 이어진 공격에서 풋백 득점을 만들며 14-0런의 시작을 알렸다.

이주민은 다음 수비에서 이채형의 페네트레이션을 파울 없이 막아내고 공격권을 가져왔다. 이제원의 3점 슛, 강성욱의 속공 레이업으로 점수가 10-3으로 벌어졌다. 연세대는 경기 시작 2분 25초 만에 작전타임을 불러야 했다.
작전타임 후 첫 공격이 중요하다. 연세대의 투맨 게임에 의한 홍상민의 점프슛이 이주민에게 다시 막혔다. 이 공은 이건영의 패스를 거쳐 구민교의 속공 레이업으로 이어졌다. 다음 연세대 공격도 이주민의 영리한 수비, 이건영의 속공 패스가 강성욱의 레이업으로 이어졌다.
14-0 런의 완성은 이건영이 했다. 구민교의 패스를 받아 이 경기 본인의 첫 3점 슛 성공. 점수가 17-3까지 벌어졌다. 성균관대의 사기는 하늘을 뚫을 듯했고 연세대 벤치는 침묵했다.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 차는 점점 커졌다.
성균관대는 적극적인 스위치로 연세대 볼 핸들러의 공간 침투를 막았다. 3점 슛을 주더라도 3점 슛 라인 안에서는 쉬운 슈팅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스위치와 협력 수비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건영과 이주민은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의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연세대의 첫 공격. 이건영이 몸으로 이규태를 막았다. 이규태가 슈팅을 시도할 때 이주민의 컨테스트가 있었다. 이규태의 슛은 림을 외면했다. 이런 형태의 수비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 저렇게 잘하는 4학년들이
경기 후 “저렇게 잘하는 4학년들이 안 뽑히는 게 말이 안 된다. 프로에서 뽑아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칭찬하는 김 감독의 얼굴은 진심이었다. 재능은 있으나, 알을 깨고 나오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훌륭하게 알을 깨고 나왔다.

이건영의 이날 기록은 16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5개의 2점 슛을 던져 모두 넣었다. 4개의 3점 슛 시도 중 2개가 림을 통과했다. 턴오버는 없었다. 이상적인 가드의 기록이다.
이건영은 송도고 시절 한 대회에서 두 차례나 30득점+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그러나 “스피드가 워낙 좋다. 일대일 능력도 있다. 그런데 공격 시도가 많지 않다”고 김 감독은 아쉬움을 표했었다.
지난 4일 건국대와 플레이오프 6강도 그랬다. 3점 슛 2개 시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연세대전은 달랐다. 과감하게 돌파해 레이업을 시도했고 스텝이 맞으면 3점 슛을 던졌다. 슛을 던질 때와 패스할 때를 영리하게 판단했다.
성균관대는 슛을 던질 선수가 많다. 그것이 이건영의 공격 시도를 줄였다. 코트에 나서는 시간, 공을 만지는 시간이 줄면서 자신감도 줄었다. 그러나 재능이 줄지는 않았고 그것을 연세대전에서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주민은 용산고 출신의 힘이 좋은 빅맨이다. 포워드의 신장으로 꾸준히 성균관대 포스트를 지켜야 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 출장에 3점 슛 시도는 7개에 불과하다. 성공률(42.9%)이 높았지만 자제했다. 팀에 3점 슛을 던질 혹은 던져야 할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주민은 경기당 8.8개의 필드골을 시도했다. 이번 시즌은 5.4개다.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4학년 선수의 필드골 시도가 팀 내 6위고, 가장 많았던 이제원의 40% 수준이다. 평균 득점도 지난 시즌보다 4.9점(11점→6.1점) 줄었다.
‘4학년 버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4학년이 되면 공격 지표가 좋아지는 현상이다. 출전 시간이 늘고 슈팅 시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주민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 기록보다 팀의 승리가 더 중요했다.
연세대와 경기도 그랬다. 3점 슛 시도가 없었다. 2점 슛만 10개 시도해 14득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상대 빅맨들을 견제했고 앞선이 뚫리면 빠르게 나아가 핸들러의 진로를 차단했다. 누구보다 많이 뛰었고 열심히 뛰었다.
4학년이 수비와 궂은일에 앞장서니 후배들도 따라왔다. 김상준 감독이 기대했던 고참의 역할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평범한 명제를 4학년들이 입증했다.
▲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번 주는 이건영과 이주민의 농구 인생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12일 고려대와 최후의 일전이 펼쳐진다. 이번 시즌 대학농구의 마지막 경기고 이건영과 이주민의 대학 마지막 경기다.

14일에는 2025 KBL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이어 본 행사가 열린다. 이름이 호명되지 않으면 엘리트 농구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드래프트 참가자들에게는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고려대와 결승전은 지난 4년 대학에서 뛰어온 모든 경기보다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연세대전에 이어 고려대전에서도 재능을 증명하면 KBL 입성의 꿈은 큰 걸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성균관대 농구 역사에 가장 빛났던 시기의 주역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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