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 구별하기 정말 쉽죠”...25년 인사전문가가 꼽은 1순위는
업무 대부분 자동화됐지만
맥락 찾아내 설득은 인간 몫
보고는 단순 의사소통 아닌
명확한 방향 제시하는 힘
일기처럼 매일 ‘보고 일지’ 써
첫부서 쫓겨나고 일잘러 됐죠

AI로 인한 인력 재배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김 부사장은 “새 분야로 옮겨 가더라도 보고를 잘하는 사람은 금방 적응한다”며 “보고는 단순한 의사소통 행위가 아닌, 일을 빨리 파악하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이미 그가 몸담은 광고업계에서는 AI로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대부분의 리포트가 AI로 만들어지지만, 그 안에서 맥락을 집어내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김 부사장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선별하고, 이를 설득해낼 관점을 만드는 작업이 보고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보고를 잘하는 방법은 뭘까. 김 부사장은 왕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저도 수없이 망해봤고 결정적인 순간에 와장창 깨져도 봤습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out of the box)’라는 원칙이다.
구찌·루이비통 등 명품 회사에서 일할 때 다달이 수십 명씩 매장 판매직을 채용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판매직원을 뺏고 뺏기는 인재 쟁탈전이 계속되자 사장단에서 대책을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한 달을 꼬박 야심 차게 준비한 첫 보고는 대실패. ‘사람을 어떻게 뽑을까’에 매몰되자 인재풀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는 결정적 힌트가 됐다. ‘사람을 어떻게 찾을까’로 질문을 바꾸자 보고가 술술 풀렸다.
먼저 합숙하며 ‘미스터리 쇼퍼’처럼 전국 백화점을 돌았다.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각 지역 백화점에서 실적이 좋은 판매직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였다. 채용 사이트나 헤드헌터들의 레이더망에는 잡히지 않는 인재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헤드헌터를 두세 명 합숙실에 모아놓고 경쟁시키는 방식도 처음 고안해냈다. 김 부사장은 “처음부터 너무 힘들이면 될 것도 안 된다”며 “된통 깨져 보는 게 성공의 첫걸음이다”고 덧붙였다.
‘팀장님들의 팀장님’이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그녀의 직장 생활은 단 한 번도 탄탄대로인 적이 없었다. 첫 직장, 첫 부서 경험을 묻자 스스로를 ‘쫓겨났다’고 표현했다. 95학번이 세상에 막 나올 무렵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다. 바늘구멍을 간신히 뚫고 에너지 기업에 들어갔지만 원치도 않던 비서실에 배치됐다. 대화하기 좋아하는 성격상 비서실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영 맞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 만에 인사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정식 발령도 아닌 임시 인사이동이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여기서 못 버티면 진짜 끝이겠구나.”
김 부사장은 이 암흑기를 버틴 힘도 ‘보고’에 있다고 했다. 매일 보고거리를 찾았더니 스스로 할 일이 명확해졌다는 것. 상사들의 눈도장은 보너스였다. 에너지 기업이었기에 퇴근 전 ‘일지 쓰기’ 문화가 있었다.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대신 “일지 올렸습니다”가 인사말일 정도였다. “일지 썼는데 보고드려도 될까요?” 그는 이 틈에서 기회를 봤다.
전 부서에서 내쳐진 신입사원, 그래서 아무도 자신의 일지를 보지 않을 것 같았기에 절박했다. 그렇게 보고하기를 두 달여, 부장이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은애 씨는 어떻게 생각해?”
이직에 줄줄이 성공했던 원동력도 보고였다. 인사팀 생활 6개월 만에 가스 검침원들의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찾아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이때 힐튼 호텔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내 ‘서비스의 대명사 호텔식 교육’으로 보고하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이 당찬 신입을 눈여겨봐서였을까. 당시 힐튼 호텔의 교육 담당자가 루이비통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특이한 애 하나 있다”며 인터뷰 자리를 주선해줬다.
매일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설령 안 되더라도 입이라도 뻥긋해보기.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일다운 일 한 번 못해보고 끝나면 억울하잖아요. 좀 더 자신을 믿고 질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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