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가지’ 오명 울릉도, 공항이 구할 수 있을까···걸림돌은 ‘추정 결항률 23%’
공정률 68.7%···2028년 개항 목표
높은 결항률에 “활주로 연장” 목소리
바가지 논란·관광 인프라 확충도 숙제

쉽게 닿을 수 있는 섬으로
지난 6일 울릉군 사동리 사동항 인근의 울릉공항 공사현장.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땅을 고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반쯤 깎인 가두봉 위에서부터 퍼낸 흙을 트럭이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가두봉 앞쪽으로는 활주로가 들어설 공간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울릉공항은 전국 최초로 섬에 들어서는 ‘소형’ 공항이다. 총 사업비 8792억원 규모의 건설 공사를 DL이앤씨 등 7개사가 맡고 있다. 사동항 인근에 우뚝 솟아 입도객을 맞이하던 가두봉을 깎고, 이 흙으로 바다를 메워 부지를 조성한 후 1200m 활주로가 있는 공항을 짓고 있다. ‘여행 한번 가겠다’고 마음 먹기 어려운 울릉도를 이르면 2028년이면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는 이론상으로 ‘7시간’만에 도착한다. 강릉에서 쾌속선을 타는 경우다. 실제론 대개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울릉공항 취재를 위해 기자가 이동한 경로(서울역→포항역→포항영일만→울릉도사동항)로는 서울역부터 사동항까지 약 14시간(저녁식사 2시간 포함)이 걸렸다. 사동항에서 출항해 다시 서울역에 내리기까지는 약 11시간이 소요됐다.
기상 상황 등으로 배편이 취소되는 경우도 잦았고 응급 상황이 생기면 울릉군민들은 헬기밖에 이용할 수 없었던 이곳이 ‘변신’하고 있다. 울릉 공항이 문을 열면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김포, 제주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이내 올 수 있고, ‘바가지’ 오명을 뒤로 하고 관광 인프라 등이 갖춰진다면 울릉도는 봄~가을의 조용한 휴식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목표보다 2년 늦춰져
2020년 7월부터 삽을 뜨기 시작한 울릉공항의 올해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68.7%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을 이용한 물막이 공사까지 완료된 상태다. 부지 조성을 위해 메워야 하는 바다 깊이는 평균 23m. 해발 198m이던 가두봉은 현재 약 112m를 깎았고, 앞으로 50m를 더 깎으면 작업이 완료된다.
김현기 한국종합기술 건설사업관리단장은 “매일 230명을 투입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내년부터는 24시간 공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사를 2027년까지 마치고 2028년에는 울릉공항을 연다는 계획이다. 당초 목표하던 2025년 완공보다는 2년이 늦어졌다.
한국공항공사의 계획안에 따르면 공항에는 가두봉을 기억하는 메모리얼 콘셉트의 공간이 마련된다. 또 사라진 가두봉을 형상화한 옥상 전망대가 입도객을 맞이할 전망이다.

소형 비행기 ‘섬에어’ 타고 가볼까
울릉공항의 취항사로는 2022년 설립된 소형 항공사 ‘섬에어’가 유력하다. 이 회사는 울릉공항 설계 항공기인 ATR-72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항공사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울릉공항 설계 항공기로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사의 터보프롭(프로펠러) 여객기인 ATR-72(최대 78석)가 취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종은 짧은 활주로에서 운항할 수 있어 단거리 지역 공항에서 많이 쓰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기종은 현재 국내 운수산업 조건에서 1200m 활주로의 울릉공항에 띄울 수 있는 유일한 기종이다. 국토부는 앞서 브라질 엠브라에르사의 제트여객기 E190-E2(최대 114석)도 검토했으나 감사원 감사에서 우천 시 제동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국내에 도입한 항공사도 없어 제외했다.
섬에어는 올해 최초로 ATR-72 기종을 한 대 도입했고 2027년까지 11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섬에어는 울릉공항에 취항하는 ATR-72는 68석으로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항률이 선박보다 높은 이유

공항이 문을 연다 하더라도 높은 결항률은 울릉도 접근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설계되어 있다. 애초 정부는 ‘50석급’ 항공기 취항을 목표로 했으나 국내 항공사가 도입하려 하지 않자, 2022년에 소형항공운송사업자의 좌석 상한을 80석으로 늘리면서 결항률이 높아졌다.
활주로 길이가 1200m인 울릉공항의 현재 설계 상으로는 50석급 비행기는 조종사가 계기착륙시설의 유도에 따라 착륙하는 계기비행이 가능하지만, 80석급 비행기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판단해 활주로에 접근하는 시계비행만 가능하다. 이렇다보니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날 시계비행하기가 쉽지 않아 결항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울릉공항의 결항률은 23.37%로 추정된다. 당초 50석급 계기비행 기준으로 추산했던 결항률 8.27%보다도 높은 수치이고, 울릉항에 뜨는 배의 연평균 결항률(22.1%)보다 1.2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울릉군민들은 활주로를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개항한 후에 사업성에 따라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활주로 연장을 위해서는 결국 돌고돌아 ‘수익성’ 문제로 돌아온다. 최고 수심 60m에 달하는 깊은 바다를 다시 메워야 하고, 활주로 길이 연장에 따라 착륙대의 폭도 현재의 150m에서 280m까지 늘여야 한다. 비용은 약 1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잘 지어 빈 공항’ 되지 않도록

높은 결항률은 다시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감사원은 지난 9월 ‘지방 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국토부가 울릉공항 소형항공운송사의 수익성 확보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울릉공항에 취항하려는 운송사업자가 없어져 공항시설의 유휴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항공사 손실과 지자체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해 내년 1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공항 운영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바가지 논란과 부족한 관광 인프라 확충도 울릉군이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브리핑에서 “공항 개항 후 2~3년이 울릉도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선 하수처리장을 늘리고 지금으로부터 3~4년 내에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숙소와 식당, 주차 등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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