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英 행동주의 펀드에 ‘방패’ 드나… 김앤장 선임해 맞대응
“LG화학, 상법 개정에 큰 기여… 여론 의식해야"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0일 15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영국계 사모펀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을 향해 공개적으로 행동주의에 나선 가운데, LG화학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로펌을 선임한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에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팔아 자사주를 살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엄밀히 따져서 LG화학은 그런 요구를 들어줘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상법 개정과 맞물려 주주 환원에 힘써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 LG화학, 팰리서 잘 아는 김앤장 선임
10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팰리서캐피탈로부터 주주제안을 받고 최근 로펌 선임 작업에 착수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손잡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김앤장이 팰리서캐피탈에 대해 잘 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서캐피탈은 지난해 SK스퀘어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이사회 재편 등을 요구했으며 그중 일부는 관철시킨 바 있다. 이때 김앤장이 SK스퀘어 쪽 법률 자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팰리서캐피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게 LG화학 측 판단이다.
팰리서캐피탈은 영국에 거점을 둔 행동주의 펀드다. 행동주의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의 제임스 스미스가 설립했다.
지난달 22일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지난 7~8월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았으며 현재 LG화학 지분 약 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약 80%나 갖고 있음에도 주가는 순자산가치(NAV)보다 74%나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109조원에 육박하지만 모회사인 LG화학 시총은 28조원대에 불과하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LG에너지솔루션같이 거대한 상장사 지분을 80%나 들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며 “LG엔솔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LG화학에 반영되는 장부가만 높아지고 LG화학 주주가치로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LG화학이 가진 LG엔솔 지분은 그저 ‘놀고 있는 자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에 이사회 재편, 주주가치 연동 보수 체계, 명시적인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이다. 현재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삼아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라는 것이다. 이는 팰리서가 실제로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 법적 의무 없지만 요구 무시는 못할 듯
LG화학이 김앤장을 선임해 대응하기로 한 만큼, 법조계에서는 LG화학에서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무엇일지 관심 갖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일단 이번 팰리서캐피탈의 주주제안은 법률적 의무가 있는 제안은 아니다. 즉, LG화학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주주제안에는 법률적인 강제성이 있는 제안이 있고 권고적 제안이 있다”며 “이사회에 공석이 있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채우라고 요구하는 건 법적으로 거부할 근거가 마땅히 없는 제안인 반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나 배당 확대 같은 건 이사회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이 LG화학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 부담 요소다. 이 변호사는 “LG화학은 이번 상법 개정에 가장 크게 기여한 회사 중 하나”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쪼개기 상장(자회사 물적 분할을 통한 중복상장)으로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모럴해저드의 대명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이런 상황에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해버리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LG화학이 어느 정도 ‘정무적인 모양새’는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즉 팰리서의 요구를 수용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더라도 일부만 소각하고 나머지는 사업 확장이나 투자 등 명분을 내세워 살려두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전략적으로 유지하면서 초과 지분은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지분 매각 대금 중 얼마까지 주주 환원에 사용하겠다는 식으로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는 LG화학 스스로도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실제 LG화학은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담보로 2조원 규모 주가수익스와프(PRS)를 했으며, 해당 지분은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제조세액공제(AMPC) 등으로 미국 소재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15% 밑으로 내려갈 소지가 있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0% 넘게 보유한 LG화학에 추가 세금 부담이 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80% 밑으로 낮춘다면, LG에너지솔루션 단계에서 추가 세금이 먼저 잡히고 LG화학 단계로 올라가기 전 상당 부분 정리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그 외에도 팰리서캐피탈이 NAV 대비 지나치게 낮은 LG화학의 주가를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주가가 NAV 대비 몇 퍼센트(%) 이상 할인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면 자사주를 사겠다’는 식으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 지주사 지분 보유한 실베스터와 손잡을까
팰리서캐피탈이 주주제안에서 더 나아가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은 없을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LG화학이 이번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다면 팰리서가 후속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회는 올해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팰리서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를 이용한다면, LG화학 측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팰리서가 이미 (주)LG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실체스터 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LG 지분 7.03%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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