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전 직후 “조병창 기록 파기” 명령... 부평 캠프마켓 기록물 보고서 공개

이병기 기자 2025. 11. 1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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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직후, 인천 부평구 일본 조병창의 지휘관 와케(Wake) 소장이 자신이 관할한 모든 기록을 파기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천시의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연구팀은 최근 영국 국립공문서관을 통해 영국 전쟁성 기록물 참모총장실 208 시리즈에서 찾은 A급(1급 기밀) 자료에서 이 같은 보고서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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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립공문서관서 1급 기밀 발견
韓 민간인 1명 살해 자백 내용 나와
일본군 전범 15명 인천 형무소 수감
‘캠프마켓 반환’ 시민운동 기록도
미군 3병참사령부 오버샤인 육군대령 참모장이 1950년 11월30일 미8군사령관에게 '공병부대 지원' 제목으로 보낸 문서 표지. 인천시 제공


지난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직후, 인천 부평구 일본 조병창의 지휘관 와케(Wake) 소장이 자신이 관할한 모든 기록을 파기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때문에 조병창 부지에 주둔한 미군은 관련 문서나 물리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일본이 조병창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945년 11월30일 연합군최고사령부 태평양지구 연합군 사령부(AFPAC) 병참실 소속 미군 24군단 적장비정보지원팀(EEIS)이 만든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인천시의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연구팀은 최근 영국 국립공문서관을 통해 영국 전쟁성 기록물 참모총장실 208 시리즈에서 찾은 A급(1급 기밀) 자료에서 이 같은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선, 인천일본육군조병창(EEIST Korea Report No. 6)’ 제목의 문서에는 해방 직후 옛 인천육군조병창 건물 현황과 전체 평면도 등도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일본군 전범이 광복 10일 뒤 한국 민간인 1명을 살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군최고사령부 일반참모 군사정보부가 1945년 10월17일 작성한 ‘군사정보요약 보고서’에는 체포한 일본군 전범이 8월25일 한국 민간인 1명을 살해한 것을 자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일본군 전범 15명이 인천소년형무소에 수감 중이라고 보고한 내용도 있다. 이 같은 내용 역시 연구팀이 영국 국립공문서관 소장자료에서 처음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에 의뢰한 ‘캠프마켓 관련 기록물 수집 및 구술채록 사업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시는 캠프마켓 주변 도시지역과 관련한 기록물을 수집해 지역의 역사성과 다양성, 변화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국가기록원과 인천시 문서고, 시민사회 소장 기록물 등에서 자료를 수집했고 해외에서는 미국 국립공문서관 2관과 영국 국립공문서관에서 신규 자료를 발굴했다. 해외의 경우 영국 국립공문서관에서는 1939~1946년 사이 인천육군조병창과 애스컴24 자료를, 미국 국립공문서관에서는 1970~1976년 애스컴 시티와 캠프마켓 자료를 선별했다.

특히 연구팀은 1990년대 들어 시작한 캠프마켓 반환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단체 자료 수집과 인근 주민들의 구술 기록(채록)도 담았다. 1996년 인천시민회의 창립을 계기로 인천 시민사회는 캠프마켓 문제를 지역 불편이나 시설 이전의 문제가 아닌, 도시 주권과 공공성 회복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는 1996년 8월 인천시민회의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부평 캠프마켓 반환을 촉구하며 4천여명이 캠프마켓 외곽 담장을 따라 손을 맞잡고 둘러서는 ‘인간 띠잇기’ 퍼포먼스를 했다. 이는 군사기지 반환을 시민들이 시각적으로 점유하는 상징적 행동으로, 이 퍼포먼스는 반환운동의 동력으로 꼽힌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발굴 수집한 자료는 미군과 영국군에서 획득한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정보보고서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조병창, 애스컴 시티, 캠프마켓 등의 역할과 활동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환운동 구술채록에 참여한 박명식씨는 “인천시는 ‘환경오염’이라는 사안에만 집중하면서 (조병창 건물 철거 등의)원칙을 강조하기 보다는,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넓게 멀리 보고, 캠프마켓을 시민의 품으로 돌릴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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