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쟁 개입’ 시사한 다카이치 겨냥… 中 총영사 “목 베겠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5. 11. 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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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 놓고 ‘中·日 대립’ 격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다카이치의 우호적 태도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최근 일본과 중국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AFP 연합뉴스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해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다카이치가 ‘대만 유사(有事·전쟁 등 비상사태)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정상적인 외교 관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막말’에 일본 여론이 들끓으면서 의회에서는 해당 외교관 추방 얘기까지 나왔다. 친(親)대만 다카이치 취임 이후 대만을 둘러싼 중·일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주(駐)오사카 중국총영사인 쉐젠(薛剣)은 지난 8일 한밤중에 소셜미디어에 “제멋대로 들이밀고 있는, 그 더러운 목을 한순간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는 서 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몇 시간 뒤 쉐젠은 이 게시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다시 일본을 비난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그는 다카이치를 겨냥,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썼다. 또한 “부디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같은 민족적 멸망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는 글도 올렸다.

쉐젠의 이 같은 글은 다카이치의 7일 의회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다카이치는 미국·중국 간 무력 충돌을 상정한 대만 유사시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본다”고 했다. 일본 자위대가 대만을 침공한 중국군에 대항해, 미군과 함께 무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현역 총리가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쉐젠의 글이 논란이 되자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0일 “중국 재외공관장 발언으로서는 극히 부적절하다. 중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쉐젠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국외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쉐젠 추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쉐젠의 발언은 우발적 실수라기보다 정교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대만 노선을 계승한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대만과 일본은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대만 입장이 퇴보하면서 대만은 일본을 통해 대미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입장이고, 일본은 ‘대만 수호’를 명분으로 군사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서 ‘레드라인’을 넘는 것을 경계해 극단적인 방식으로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쉐젠은 4년 전에도 “대만 독립=전쟁. 분명히 말해둔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전랑 외교(늑대처럼 무력을 과시하는 외교)’에 특화된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중국은 이달 초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다카이치가 대만 대표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외교부 대변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히 위반한 행위” “사안의 성격과 그 영향력이 매우 악질적”이라고 했다. 중국의 비난 수위가 이렇게 높아진 배경에는 최근 강화된 통일 추진 기조의 영향도 꼽힌다. 중국은 최근 한 달 사이 ‘통일 후 대만의 미래’ 청사진을 잇달아 발표하며 대만 흡수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관영 신화통신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대만’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중국의 대외 정책 설계자인 왕후닝(서열 4위) 정협 주석은 ‘통일 후 7가지 더 나은 미래(七個更好)’를 언급하며 ‘대만형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 모델의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카이치도 중국과의 대립 구도를 피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국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내각과 자민당의 요직에는 친대만 인사가 포진했다. 내각 서열 2위 관방장관인 기하라는 ‘일화(日華·일본과 대만) 의원 간담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아베의 맹우(盟友)로 불리는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자민당의 부총재다. 그나마 친중국으로 분류됐던 하야시 요시마사 전 관방장관은 지난달 총재 선거에서 패배하고 총무상에 임명돼 외교·안보의 결정 라인에선 손을 뗀 상황이다. 다카이치는 이날 중의원에서 대만 관련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철회,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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