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잘못 찾았을 뿐인데… 실수 한 번에 총 맞는 나라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11. 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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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뿌리깊은 美, 곳곳 총격
5일 미국 인디애나주 화이츠타운에서 수사관들이 잘못된 집 주소로 찾아 갔다가 집 안에서 쏜 총을 맞고 사망한 가사도우미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인디애나주 외곽에서 지난 5일 과테말라 출신 청소업체 직원이 주소를 착각해 다른 집 현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집 안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거 침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단순 주소 착오였다”고 밝혔고, 희생자의 남편은 “(의심이 들었다면) 총부터 쏘기 전에 경찰을 불렀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미국에서는 주소를 잘못 찾는 실수가 총격 사건으로 이어지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미주리주에서는 초인종을 잘못 누른 16세 흑인 소년이 “위협을 느꼈다”는 80대 집주인의 총탄에 중상을 입었고, 같은 해 뉴욕주에서는 친구 집을 찾던 20세 여성이 다른 집 마당에 차를 몰고 들어갔다가 집주인이 쏜 산탄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해 텍사스주에서는 주차장에서 실수로 다른 차량의 문을 연 20대 치어리더 두 명이 차량 소유주가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사건의 배경에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과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정당방위 관련 원칙이 있다. 중세 영국에서 유래해 미국에 뿌리내린 캐슬 독트린은 ‘집은 성(城)’이라는 논리에 따라 자신의 주거지에서는 침입자를 만나도 도망갈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다. 위협을 느끼는 순간 무력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넓은 국토 구석구석까지 즉각적으로 미치지 못하던 시절 자력 방어의 필요성이 커지며 생겨났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이 원칙을 공공장소 전반으로 확장한 현대적 법 개념이다. 2005년 플로리다주가 처음 성문화한 뒤 30여 주로 퍼진 이 법은 “어떤 장소에서든 퇴거 의무 없이 위협에 맞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법제가 총기 접근성이 높은 미국의 환경과 결합해, 단순 실수가 치명적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위협’의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상대가 무기를 소지했는지, 실제 침입 의도가 있었는지 단순 착오인지 등과 무관하게 “집주인이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되면 무력 사용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8년 텍사스주에서는 집 앞에서 고함을 지르던 비무장 남성을 총으로 사살한 주인이 캐슬 독트린에 따라 정당방위 처리돼 기소조차 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이민자나 유색인종을 중심으로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인종적 편견과 공포심이 결합된 비극적 사고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실수 한 번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일상생활을 하라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일부 주에서는 이민자가 많은 배달 서비스 노동자들이 “주소를 틀렸다가 죽을까 봐 무섭다”며 보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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