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절차위반 발목…수억원 뜯은 도박사이트 일당 ‘무죄’
최초 영장 무관 압수수색·체포
재판부 “위법한 증거수집 불인정”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억 5000만원 가량의 돈을 갈취한 일당들이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실수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범죄 증거 확보 과정에서의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도박사이트’ 만들어 2억 5000만원 뜯어낸 일당
춘천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9), B(30), C(26), D(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공동상해 등 혐의도 더해진 C씨는 해당 혐의로 징역 1년에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지난해 ‘불법 도박사이트 유도’를 위한 범행을 공모했다. 해당 사건의 총책은 도박사이트를 개설하고 피고인들에게 범행을 지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이버머니 출금을 하는 등의 역할을 맡겼다.
피고인들은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통해 접근한 피해자들의 단체 대화방에 ‘도박사이트의 게임 결과’를 예측한 자료를 올리며 도박사이트에 관심을 보이게 만들었다.
사실상 도박사이트는 피고인들이 직접 운영을 하면서 게임 결과를 알 수 있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들의 홍보에 속은 피해자들은 도박사이트 게임에서 이겨 사이버머니를 늘리더라도 출금할 수도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피해자 19명으로부터 2억 5000만원 상당을 뜯어냈다.
■ 현장에서 석방 후 ‘긴급체포’
재판부는 경찰이 압수 수색 과정에서 별건의 범죄를 파악한 뒤 긴급체포한 과정을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초 강원경찰청은 이 사건 혐의와 무관한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침입)혐의로 체포,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6월 피고인들을 체포해 휴대전화 등을 탐색, 최초 영장과 무관한 혐의인 불법 도박사이트와 관련된 정보를 압수했다.
범죄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이들을 석방한 즉시 해당 사건 혐의사실로 긴급 체포했고,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 경찰 실수에 ‘무죄’
앞선 공소사실 처럼 이들은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런 판결에는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별건의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압수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발견한 경우에 수사기관은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법원은 긴급체포도 마찬가지로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들이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의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명령신청도 모두 각하됐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는 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해 수집한 증거이거나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에 해당해 모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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