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3차례 ‘신중’ 의견…법조계 “사실상 수사지휘권 행사”
대장동 ‘정치적 사건’ 명명·배경 설명…‘사법의 정치 개입’ 논란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1심 항소 제기 여부와 관련해 검찰에 3차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의견 표명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이 파문 진화를 위해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검찰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20여분 동안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를 직접 설명했다. 정 장관은 통상적인 업무 보고에서 한 차례, 서울중앙지검에서 항소 제기 의견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이후 2차례 대장동 항소 관련 보고를 받았고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줬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신중 의견’을 낸 배경을 설명하며 대장동 개발 비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높게 나온 점,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수사 검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점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피고인들에게 검찰의 구형보다도 높은 형량이 선고됐으므로 항소 포기를 할 만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의 항소 포기가 통상적이지 않을 뿐더러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검의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에는 일부 무죄가 선고된 경우 상소를 하는 것이 일반원칙으로 돼 있다. 정 장관의 말대로 수사 검사가 피고인을 협박했더라도 수사 과정상 문제이지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의 의견 표명을 검찰이 사실상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이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행사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고, 정 장관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이날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아니냐’는 질의에 “그런 말씀 하신 분들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낸 입장문에서 항소 포기 결정에 “법무부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명명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정치적인 사건 때문에 검찰이 계속 이 사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밀접한 대장동 사건을 두고 이같이 발언한 것은 형사·사법 영역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신중 의견 제시가 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묻자 “무슨 관계냐”고 반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창민 변호사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이기 때문에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며 “정치적으로도 관심사가 큰 사건에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고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민변 소속 다른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무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런 식으로 구체적 사건에서 여러 차례 의견을 표명한 것은 지휘권 취지와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유선희·이홍근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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