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소득층 살리자’…미 민주당 중도파, 임시 예산안 합의
상원서 민주당 필리버스터 종결
곧 ‘단기지출법안’ 본회의 상정
“SNAP 수급자들 고통받는 중”
오바마케어 연장은 포함 안 돼
척 슈머·버니 샌더스 등 비판

10일(현지시간) 41일째에 접어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이르면 이번주 내에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공화당의 임시 예산안에 합의하면서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이 포함되지 않은 공화당 예산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 상원은 전날 밤 민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종결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실시해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상원은 곧 단기지출법안(임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 통과되고 대통령 서명을 거치면 지난달 1일 시작돼 역대 최장 기록(35일)을 경신한 셧다운 사태가 공식 종료된다. 뉴욕타임스는 하원 의원들이 이번주 예산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각 당은 표결 36시간 전에 의원들에게 일정을 알려야 한다.
그간 공화당은 상원(총 100석) 과반인 53석을 갖고 있음에도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절차 표결을 가결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딕 더빈(일리노이), 진 샤힌(뉴햄프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팀 케인(버지니아) 등 민주당 중도파 상원의원 7명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상원의원 앵거스 킹(메인) 등 8명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필리버스터 무력화가 가능해졌다. 이들은 셧다운 장기화로 저소득층을 위한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집행과 전국 공항 운영 등이 차질을 빚자 일단 셧다운을 끝내고 양당 간 쟁점을 추후 논의하자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절차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합의해준 공화당의 수정 제안은 집행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연장한 단기지출법안과 농업·군사건설·의회기관 등 3개 분야의 별도 예산안을 포함한다. 셧다운 동안 해고된 연방정부 직원들의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을 보장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 토막 낸 감사원 예산을 원상회복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셧다운의 핵심 쟁점이었던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은 수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올해 말 오바마케어가 종료되면 미국인 2000만명의 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며 1년 연장을 요구해왔지만 공화당은 셧다운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대신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부 운영이 재개되면 다음달 둘째 주까지 오바마케어 연장 안건을 단독 표결에 부치겠다고 민주당에 약속했다. 아울러 오바마케어에 소요되는 보조금 예산 약 300억달러(약 44조원)를 가입자의 개인 계좌에 현금으로 넣어주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보험사 대신 소비자에게 직접 줌으로써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간 경쟁을 통해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이 합의안이 “민주당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케인 의원은 “SNAP 수급자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오바마케어 협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킹 의원도 “협상을 통해 오바마케어를 연장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슌 원내대표와 달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오바마케어 연장 안건의 단독 표결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중도파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인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건강보험료를 낼 때마다 공화당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하원 민주당은 상원 중도파 의원들의 거래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절차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민주당 일부가 오바마케어 관련 요구에서 후퇴한 것에 대해 “정책적, 정치적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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