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측 "尹 지시 따르지 않아... 기각돼도 사직할 것" 탄핵심판 변론 종결
전 경기남부청장 "우발 상황 대비 지시만"
선고기일 추후 지정... 이르면 연내 선고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12·3 불법계엄 사태 가담자로 지목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심판 변론이 10일 종결됐다. 탄핵소추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조 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에 항명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반면, 국회 측은 "거짓말로 발뺌하고 있다"며 조 청장에 대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에 대한 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출석했다. 탄핵심판은 당사자가 직접 나오지 않아도 대리인이 참석해 변론 진행이 가능하지만, 조 청장은 1차 변론부터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 예고한 변론종결 절차에 앞서 김준영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조 청장으로부터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경력을 배치하란 지시를 받고 일선 경찰서에 출동 명령을 하달했다.
김 전 청장은 "우발 상황 대비 지시만 있었다"는 조 청장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김 전 청장은 "우발 대비라는 용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외부인을 통제하라고 지시하셨기 때문에 경찰 경력상 우발 상황에 대비해 국가중요시설을 보호하고 안전 조치하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으로부터 국군정보사령부 등 군 병력이 선관위에 투입될 것이란 사실은 일체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과천서장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보고하며 군이 나와 있다고 해서 그때 군 출동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조 청장이 계엄군에 협조하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내 성남공항과 정부과천종합청사, 미군기지 등 다른 국가중요시설은 놔두고 선관위 두 곳에만 경찰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엔 "두 개 기관에 우발을 대비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기관에 대한 경비 강화도 지시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말을 줄였다.
최후 진술 순서에서 탄핵소추 대리인단은 조 청장이 12·3 불법계엄 사태에 가담한 정도가 엄중한데도 반성 없이 변명만 일삼고 있다고 했다. 30년 경력의 경찰 수장이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단정하기 힘들어 포고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건 궤변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1차 국회 통제를 '지시 혼선' 때문이라 하는 건 자신의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낯부끄러운 태도"라며 "폭력배가 출입문을 막고 있어 담과 창문으로 들어간 경우에도 폭력배가 '집으로 들어가는 데 공헌을 했다'고 한다면 받아들일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반면 조 청장 측은 계엄 선포 전후 군 수뇌부와 조 청장 행보를 비교하며 계엄 선포에 동조한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 청장 대리인은 "군부 세력은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사전 공모한 정황이 발견되지만 조 청장은 안가 회동 후에도 곧바로 관저로 가 휴식을 취했다"고 변호했다.
조 청장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소극적 대응이 계엄 해제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한 6번 모두 명백히 위법하다 생각해서 거부했다"며 "설령 그런 지시를 따랐어도 현장에서 이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포고령 발령 이후 국회 출입을 다시 통제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로선 헌법 규정을 근거로 법령 위반을 결정하긴 매우 어려웠고 어떤 기관도 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관련 상황을 알 수 없는 저나 김 전 청장이 할 수 있는 건 이전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온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면목이 없다"며 "어떤 결론이 나와도 경찰이 발전하는 한 톨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 측 대리인은 "기각 결정이 나더라도 직에 연연하지 않고 즉시 사직해 새 정부 인사에 협조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양측 입장을 들은 헌재는 추후 선고기일을 정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연내 선고도 가능할 전망이다.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탄핵소추된 고위공직자 중 조 청장 사건은 가장 늦게 변론이 진행됐다. 조 청장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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