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교육은 2등급, 차선책일 뿐…과대 선전에 끌려다니기보단 신중해야”
생성형 AI, 완전히 새로워 보여도
교육 적용하면 챗봇과 다를 바 없어
AI 중심 전환 땐 되돌리기 어려워
‘기술 만능주의 해법’에 경계 필요

교육부가 10일 모든 시민이 인공지능(AI)을 사칙연산처럼 활용하도록 하는 전 생애주기 ‘AI 교육’ 방안을 공개했다. AI를 익히는 수업시수를 늘리고, AI가 탑재된 기기로 공부하며 AI를 활용한 산업을 키우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한국에서 출간된 닐 셀윈 호주 모내시대 교수(사진)의 책 <에듀테크, 교육에 좋은가?>는 AI 교육을 강화하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셀윈 교수는 이 책에서 “AI 과대 선전이나 AI 우선 전략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한다. 교육을 위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기술이 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전제가 담겨 있지만, 기술이 교육을 압도하며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경고가 책에 담겼다.
셀윈 교수는 지난달 13일 화상 인터뷰에서 “기술을 교육에 도입해 어떤 가치의 교육을 만들어내고자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교육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를 두고 “옆에 있었다면 훨씬 신중하게 움직이자고 얘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 방법을 AI 중심으로 모두 바꾸고 나면 되돌리기란 어려워질 것”이라며 “AI를 둘러싼 과대 선전에 이끌리기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는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AI의 대중화를 AI 교육 강화의 한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셀윈 교수는 AI가 이전 기술과 비교했을 때 새롭지 않고 교육에 접목했을 때 효과성이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했다. 셀윈 교수는 “기술 도입으로 과연 새로운 게 무엇인지 묻고, 새로운 기술로 과거의 수업과 학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며 “생성형 AI가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에 쓰이는 방식을 보면 그간 사용해오던 챗봇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사회적인 것들이어야 한다”면서 “기술이 학생과 학교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교사들에게 학생이 어떤 의미가 됐는지 등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런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 분야의 AI 도입 개척자가 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없다고 했다.
셀윈 교수는 정책입안자들이 기술 만능주의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할 때 오히려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술은 단 한번도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준 적이 없다”며 “생성형 AI든 다른 기술이든, 높은 경제적 수준의 특권층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법 같은 기술이 모든 걸 더 공평하게 만들어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기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AI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AI 교육자료(구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셀윈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AI 교과서를 도입하려는 논리는 지역에 양질의 교사가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AI 교과서를 쓰는 게 낫다는 측면의 차선책”이라며 “AI 교과서가 실제 도입되더라도 정책입안자들이나 정치인 등 특권층은 AI 교과서 대신 대면·소수 과외를 더 붙일 것이다. AI 활용 교육은 항상 차선의, 2등급의 교육이 될 것”이라고 했다.
셀윈 교수는 정보기술(IT) 기업 인사들이 교육정책에 관여하는 데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부는 기술 분야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빅테크에 의존하곤 한다”며 “AI 관련 논의에 기술 기업도 참여해야 하지만, AI 기업은 학교에서 AI가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모르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교육 수준이 높은 기술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고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교육 전문가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과 함께 민주적인 공론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김원진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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