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연천 유엔군화장장'...“가치 재조명·복원” 움직임

이경훈 기자 2025. 11.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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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 애도 공간…영국군 세운듯
화장장 남은건 유일…2013년 기본 정비
하부 벽체·굴뚝 제외한 대부분은 훼손

도의회 국힘, 특위 만들어 활용안 모색
윤종영 “세계적 유적, 도 차원 관심을”
▲ 연천군에 있는 유엔군 화장장 시설. /사진출처=국가유산청

6·25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의 애도 공간으로 알려진 연천 유엔군화장장이 수십년째 방치돼 있다. 복원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11월11일)을 앞두고 활용 논의나 추모 방안 또는 지원 등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자 정치권이 직접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섰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천 유엔군화장장은 1991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이 한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에서 처음 존재가 드러났다. 이후 해당 유적의 가치가 인정돼 2008년 등록문화재 제408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6·25전쟁 후반부 고착화된 38선 전선에서 격전이 이뤄지는 동안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1952년 영국군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사자에 대한 애도의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특히 유엔 참전국은 한국을 포함해 17개국과 의료지원국 5개국이다. 한국전쟁 중 만들어진 화장장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존 등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진 적 없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후에도 잡초가 우거지고, 진입로도 정비돼 있지 않았다. 2013년이 돼서야 예산이 확보돼 부지 매입, 안내판 설치 등 기본적인 정비가 이뤄졌다.

2017년 연천군과 문화재단이 이를 위한 기록화 조사도 했었는데, 하부 벽체와 굴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상부 벽체와 지붕, 실내 시설)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훼손됐었다.

당시 조사에선 이 지역에 살았던 생존자 구술, 건물 양식 등을 통해 이 시설이 유엔군 화장장이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당시 생존자 구술을 보면 "고지전투에서 죽은 유엔군이 매일 화장장으로 옮겨졌고"며 "앞서 간단한 장례 의식이 있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2022년에는 화장장 복원이 공약화까지 됐으나, 끝내 물거품이 됐다. 국가등록문화재임에도 시설 용도를 입증할 결정적 고증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복원 논의는 중단됐다. 연천군은 임기 내 복원 추진은 어렵다고 판단해 공약 사업에서 제외했다.

관리는 연천군이 맡고 있다. 등록,지정 문화재 관리 예산은 3억원이 편성돼 있는데, 화장장만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없다. 현재도 해당 시설은 역사·문화적 공간으로서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적의 가치 재조명과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유엔 화장장 안보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실질적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윤종영(국민의힘·연천) 위원장은 "유엔군 화장장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장병들의 헌신이 깃든 세계적인 유적지인데 방치되고 있다"며 "추모 공간조차 없다. 연천군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태훈·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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