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수능약’으로 둔갑한 심장약 주의보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 '수능약'이라 불리는 약물이 번지고 있다. 시험 당일 긴장을 완화해 주고 떨림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후기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을 불안 완화용으로 임의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약은 '인데놀정(성분명: 프로프라놀롤)'으로, 고혈압이나 부정맥,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교감신경의 작용을 차단하는 '베타차단제' 계열로 분류되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는 주로 심장 질환, 편두통 예방, 갑상샘 중독증 등의 치료 목적으로 이 약을 허가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안 증상 완화 목적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면서 병의원에서의 처방이 늘었고, 이는 곧 약의 사용 범위를 시험이나 면접과 같은 긴장 상황까지 넓히는 계기가 됐다. 복용 후 1~2시간 이내 최대 혈중농도에 도달해 가슴 두근거림, 떨림 등을 줄여주는 효과를 이용해 수험생,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수능약', '불안해소약'으로 불리며 긴장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0~19세 소아·청소년에게 처방된 인데놀정은 170만 건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2020년 대비 1.4배 증가했다. 문제는 이 약이 청소년 '연령 금기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처방 제한이 어렵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데놀정은 증상 없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 올바른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환자의 기저질환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데놀정 복용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호흡 발작을 야기할 수 있고, 혈압이 낮거나 분당 60회 미만의 서맥 환자는 관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단순 부작용에 그치지 않는다. 복용 후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한 수험생이 시험마다 약을 찾게 되면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용량을 늘린다고 효과가 커지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만 가중시킨다.
의약품은 치료 목적에 따라 의사의 진단을 거쳐 안전하게 사용돼야 한다. 시험 불안은 약이 아닌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으로 극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수능약'이 아니라, 불안을 이겨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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