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었는데… 도내 중학교 ‘콩나물교실’ 전국 최다

초·고교는 자체 판단으로 학급 수 조절 가능
중학교만 쏠림 방지 위해 교육청 승인 받아야
화성 등 신도시 중심 학생 몰려… 수업 환경 혼잡
“지역 여건따라 탄력적 교실 배치… 개선 필요”

경기도내 학령 인구는 저출산 여파로 줄고 있지만 과밀학급(학급당 28명 초과)을 보유한 중학교 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학교는 자체 판단으로 학급 수 조절이 가능한 초·고교와 달리 중학교만 ‘학급당 36명 초과 시 교육청 승인’을 요구받는 특성을 지목하는데, 전문가들도 인구 유입 지역에 대한 탄력적 교실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과밀학급이 존재하는 중학교는 210개교로, 전국(540개교)의 약 40%를 기록하며 전국 최다치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할 지역이 38개교로 가장 많았고, 수원(27교), 용인(22교), 성남(19교), 김포(17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신도시 내지 신규 택지 개발로 인구 유입이 급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당 지역 중학교들은 과밀학급 쏠림 현상 원인으로 중학교에만 달리 적용되는 학급 배치기준을 꼽는다.

경기도교육청 ‘초·중학교 학급편성 지침’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교장 판단으로 학급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설정된 통합구역에서 학교가 배정, 학생 또는 학부모 선호도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학교는 지침상 학생 정원이 학군 단위로 배정돼 학교가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정하려면 배치 상한선(36명)을 초과한 이후 교육청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학생 내지 학부모의 선호 학교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의무교육 대상이 아닌 데다, 비평준화 고교, 특성화고 등 지원제 운영교가 포함돼 있어 학교가 학급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도내 중학생(13~15세) 인구는 2005년 48만8천여명에서 올해 40만5천여명으로 17%가량 급락했음에도 과밀학교 수는 신도심을 중심으로 전국 1위 규모를 보이는 이유다.

도내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 과밀로 수업 환경이 혼잡하지만 배치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학급을 나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화성특례시의 한 학부모도 “학생 수가 과밀해 복도에까지 책상을 꺼내 앉는 학교도 있다”며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은 여건에 따라 학급 정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행 중학교 학급 편성 기준은 지역 간 학생 쏠림 현상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학교에도 일선 학교가 스스로 판단해 학급 정원을 조정,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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