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범죄 수익 7886억원 국고 환수 사실상 ‘물거품’…노만석 책임론 부상

이태준 기자 2025. 11. 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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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손해액 산정 불가” 이유로 뇌물액 473억원만 추징 인정
항소 포기로 남은 범죄 수익 7413억원에 대한 법리상 재판단 불가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7886억원의 범죄수익이 사실상 국고로 환수될 길이 막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인정된 추징금 473억원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7413억원의 부당이익은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갔어야 할 최소 4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김씨 등이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정확한 액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적용은 배제했다.

검찰은 1심에서 유 전 본부장 등 피고인들이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뇌물액 473억3200만원만 추징 대상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의 상한은 473억원으로 제한된다. 나머지 금액은 법리상 다시 판단할 수 없게 됐다. 428억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법리상 무죄로 결론 내리면서다. 추징금 역시 1심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7700억원대 수익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피고인 전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정작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도 더 높일 수 없게 됐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는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항소심 도중 항소를 취하하면 재판은 그 즉시 종결되고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법조계 "검찰의 '배임액 산정 방식' 문제 있었을 수도"

법조계에선 피고인들이 형사적으로 무죄가 확정이 되면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같은 쟁점으로 다투기 어렵다고 본다. 김소정 변호사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항소심에선 형량을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만 다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심 재판부가 특가법상 배임죄 적용을 배제한 것은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액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임죄를 바라보는 법원의 움직임도 최근 들어 변하고 있는데 재판부가 이러한 추세를 반영했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범죄 수익이 수천억 원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항소 포기를 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데에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법 전문)는 "검찰의 항소 여부는 정책적 부분이며 복합적 요인이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도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 역시 "보통 검찰이 제기한 사건에 일부 무죄가 나도 검사들은 항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사퇴하라" 평검사부터 부장검사까지 노만석 대행 '질타'

검찰 안팎에선 항의성 비판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1심 재판부는 유사 사례의 법리만을 토대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면서 추징하지 않았다.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같은 날 내부망에 올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1심 판결 항소 필요성'이라는 글에서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작심 비판했다.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 역시 "국민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법률과 적법 절차에 의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와 대검이 특정인들을 법률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 부장검사(검사장)들은 항소 포기 과정에 개입한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모든 부장검사들이 노만석 총장대행이 용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일선 검사장들도 구체적으로 의견 조율은 없었지만, 노 총장대행이 자진 사퇴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검사인 대검 연구관들 역시 9일 회의를 열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것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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