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보호' 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 상생은 없고 불균형만 남았다

김나연 기자 2025. 11.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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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 본회의 통과하면 2029년까지 시행
‘대형마트 의무휴업’…전통시장 보호 정책 맞나
10년 넘게 실효성 논란, 온라인만 키운 ‘역효과’
1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배추 진열대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은 제도의 존폐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생 효과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일몰을 앞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4년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법 일몰 연장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본회의 통과 시 2029년11월23일까지 연장 시행된다.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재개를 검토하는 가운데, 제도 시행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의문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규제의 초점이 여전히 '오프라인 간 경쟁'에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취지로 도입됐다. 매달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10시까지의 심야영업 제한이 핵심이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정책 의도와 달리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쿠팡·컬리·SSG닷컴 등 e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소비자는 대형마트 휴업일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업계에서는 "정책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강제 지정하는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같은 규정이 부활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불과 1년 반 만에 정책 방향이 뒤집힌 셈이다.

핵심 쟁점은 제도의 실효성이다. 통계청 '2025년9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3조795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조7993억원 증가한 수치다. 3분기(7~9월) 거래액도 69조2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다.

즉, 소비자의 80% 이상이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는 현실에서, 오프라인 유통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실질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대형마트보다 쿠팡이나 네이버가 '새로운 대형 유통망'이 됐다"며 "현행 규제가 시장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역시 대형마트 휴업일에는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5년 대비 2022년 온라인몰 구매액은 약 20배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구매액은 55%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는 온라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전통시장 이용은 오히려 줄었다.

이는 '대형마트를 쉬게 하면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전제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정 유통채널만 규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감소했다. 이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제외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전통시장도, 대형마트도 모두 고객을 잃었다"며 규제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대형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16.2%에 그쳤다. 명분과 달리 실질적 상생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핵심 과제가 '균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통정책의 목적은 한쪽을 희생시켜 다른 한쪽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시장 구조 속에서 공존의 해법을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특정 유통채널을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방식은 시장의 효율성과 소비자 만족도를 모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만 문을 닫고 온라인 유통업체는 24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구조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오히려 대형마트에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통큰 지원'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본래 목적이던 전통시장 보호 대신,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 매출만 급증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며 "소비 행태가 이미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한 상황에서 과거의 규제가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10년 넘게 이어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이제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소비자는 불편을 겪고, 전통시장은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며, 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의 유지 여부보다 온·오프라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존형 유통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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