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생물 이야기] 겨울에는 가숭어 봄에는 숭어가 제철

겨울 식탁의 단골손님은 '가숭어', 봄철 강 하구를 거슬러 오르는 것은 '숭어'다. 이름이 비슷해 자주 혼동되지만, 두 어종은 생태와 서식지, 맛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두 종을 통칭해 '숭어'라 불러왔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숭어의 이름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수어(水魚)',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수어(秀魚)'로 기록돼 있다. '향기로운 물고기'라는 뜻의 '秀魚'가 세월이 흐르며 '숭어'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역에 따라 경상도에서는 '밀치', 서산에서는 '모쟁이', 경기 지역에서는 '뚝다리'로 불리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는 "전라도에서 진상품으로 어란을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염장해 건조한 그 어란이 바로 숭어의 알이다.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식재료로, 조선 시대부터 숭어는 우리 식문화 속에 깊이 자리해 왔다.
일반인 중에는 슈베르트의 가곡 'Die Forelle(송어)'를 '숭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래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송어로,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반면 숭어(Mugil cephalus)는 숭어과 숭어속 어류로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에 주로 산다.
우리가 즐겨 먹는 '숭어회' 대부분은 가숭어(Planiliza haematocheila)로, '참숭어' 또는 '밀치'로 불린다. 같은 숭어과이지만 속(屬)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 숭어는 검은 눈에 꼬리지느러미가 뚜렷한 V자형이고, 가숭어는 노란 눈과 완만한 V자 꼬리를 지녔다. 식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숭어는 멸치나 작은 갑각류를 즐기고, 가숭어는 펄과 저서생물을 함께 먹는 잡식성이다. 숭어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봄철(3~6월)에 주로 어획된다. 경남 거제에서는 '보리숭어'로 불린다. 가숭어는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연안에 정착해 살며, 겨울이 제철이다. 숭어는 붉은 지방층이, 가숭어는 연분홍빛 살이 특징이다. 단백질 함량(100g당 21.7g)도 높아 영양가가 풍부하다. 여름철 물회의 붉은 숭어살은 식감과 감칠맛을 더해준다.
숭어는 회유성이 강해 양식이 쉽지 않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숭어회'의 대부분은 양식산 가숭어다. 남해와 서해 연안에서 주로 길러지며, 하동·남해·사천 지역이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2022년 숭어류 양식 생산량은 7756t(928억 원), 2024년에는 6659t(754억 원)에 달했다.

/강덕영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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