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후 경주가 달라진다] <5>문화관광 인프라


◆특별한 경주의 야간 문화인프라
경주를 대표하는 대릉원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박물관이다. 낮에는 신라 왕들의 무덤이 주는 역사적 웅장함이 감탄을 자아내고, 밤이 되면 미디어 파사드와 조명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이 새로운 신라의 신비를 연출한다. 왕릉의 고요한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서사적 스토리텔링이다.
신라의 탄생과 통일, 그리고 문무대왕의 해양정신까지. 빛과 음악으로 표현된 영상이 방문객의 감성을 흔든다. 관광객들은 조용히 능선을 따라 걷다가 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 시간을 추억으로 남긴다.

월정교 일대도 새롭게 변모했다. 고풍스러운 교각과 전통 기와지붕 위로 흐르는 빛의 선율이 경주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교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디어쇼와 버스킹, 그리고 교각 아래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월정교 남단의 문화광장에서는 매 주말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이 이어지면서 낮에는 역사, 밤에는 예술이 살아 숨쉬는 경주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경주보문단지의 야경
경주의 야경은 이제 도심을 벗어나 보문호반까지 이어진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개최를 계기로 보문단지의 경관 개선사업에 150억 원을 투입했다. 특히 보문호 주변에 조성된 미디어폴과 대형 조형물, 그리고 호수 위에 반사되는 레이저쇼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문호 광장에는 신라의 건국신화를 모티브로 한 높이 15m 규모의 알 모양 상징물이 설치돼 있다. 낮에는 포토존으로, 밤에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영상예술이 펼쳐지는 무대로 변신한다.
보문단지의 숙박시설도 APEC을 전후해 세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주요 호텔과 리조트들은 관광객을 위한 야간 테라스 공연과 조명축제 등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리조트는 드론 라이트쇼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보문호 야경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은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연장시키며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경주의 야간문화는 단순히 관광의 확장이 아니라,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문화적 실험이다. 대릉원과 첨성대, 월정교, 보문단지를 잇는 야간관광벨트는 경주의 밤을 하나의 무대로 만든다.

◆포스트 APEC의 문화인프라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러한 야간 인프라를 포스트 APEC 문화정책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상설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경주의 문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주문화재단과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역 청년 작가와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와 전시공간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을 계기로 경주는 단순한 역사도시를 넘어 밤이 살아 있는 복합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며 "빛과 디지털,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어우러진 경주의 야간 문화는 앞으로 세계인이 찾는 새로운 명품관광 브랜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년의 유산이 빛으로 살아난 경주, 그 변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능선 위로 번지는 금빛 파도, 첨성대에 반짝이는 별빛, 보문호 위에 비치는 빛의 물결은 경주가 과거의 도시를 넘어 미래의 도시로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신라의 밤이 천년을 넘어 다시 깨어나고 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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