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로: 제2 누누티비와 CDN의 비밀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 급증
온라인 공간 통해 쉽게 노출돼
불법 유통 사이트 주된 통로
실질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워
서버 분산하는 CDN 기술 때문
불법 사이트 근절 어려울 걸까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SNS, 불법 웹툰·OTT 유포 사이트 등 온라인 공간에서 쉽게 불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라인 도박 광고'로 도배된 불법 사이트를 뿌리뽑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다. 그 배경엔 CDN이라는 위험한 숙주가 있다.
![불법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늘었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thescoop1/20251110154330611vdwy.jpg)
불법 도박이 10대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도박 중독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청소년이 2020년 1286명에서 2024년 4144명으로 3.2배 늘었다.
불법 도박 산업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전체 도박 중독 상담 중 청소년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0%에서 2024년 15.0%로 커졌다.
불법 도박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주로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를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10대 도박 상담 1821건 중 불법 온라인 카지노 상담은 1566건으로 86.0%를 차지했다.
■ 불법 도박 이유 뭘까 = 청소년 불법 도박이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은 간단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게 간단하다는 점이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한국에서 명백한 불법이지만, 조금만 검색하면 버젓이 운영 중인 사이트들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SNS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더 쉽게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 노출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4월 공개한 청소년 사이버 도박 검거 현황에 따르면, 1035명 중 372명(35.9%)이 온라인 사이트·메신저·SNS 광고를 통해 온라인 도박에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구 소개(498명·48.1%)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 역시 청소년을 도박으로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란 웹툰이나 OTT 콘텐츠를 불법으로 복제해 유포하는 사이트를 말한다. 여기엔 온라인 도박 서비스로 이어지는 '배너'가 수두룩하다. 배너를 타고 들어가면 누구든 도박을 할 수 있다. 까다로운 성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문화상품권만 있으면 미성년자도 간단하게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도박 광고'로 도배된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도 괜찮은 걸까. 집중 단속하면 쉽게 뿌리뽑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도박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불법 OTT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thescoop1/20251110154331925tbcp.png)
■ 불법 사이트 왜 단속 못 할까 = 기술적 측면을 보자. 불법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Content Delivery Network) 사업자의 서버를 이용한다. CDN은 원활한 접속을 위해 사이트의 콘텐츠를 다양한 서버에 분산해주는 서비스다. 그래서 CDN을 이용하면 원본 서버는 해외에 두고, 국내에선 복제본을 두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이통3사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접속을 차단해도 원본 서버를 통해 다시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실시간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이는 누누TV를 폐쇄하자 제2, 제3의 누누TV가 등장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국회에선 CDN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들이 제출됐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누누티비 방지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엔 서버를 분배하는 CDN 사업자에게도 사이트를 검열·차단하는 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승주 고려대(정보보호학) 교수는 "대부분의 CDN 사업자는 해외 기업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들 기업이 한국 정책에 얼마나 협조할지는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무총리 산하의 심의·의결 기구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심오택 위원장은 지난 5월 '청소년 도박문제 예방주간 기념행사'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도박 산업의 유혹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며 "도박 문제는 조기 예방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지속적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라고 말했다.
10월 27일엔 관련 법안이 통과하기도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인데, 이를 근거로 학교는 연 2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보건교육 과정에 도박 중독 예방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학교보건법보다 규제 범위가 넓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0/thescoop1/20251110154333349vpqw.png)
현재 기술 시스템으로 '도박 광고의 성지'라는 불법 사이트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CDN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불법 사이트는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극적인 예방 교육으로 청소년이 '도박의 늪'에 빠지는 걸 막아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 중독은 도박에서 파생된 2차 범죄, 경제적인 피해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디지털 접근성, 또래 압박, 충동 조절 등 청소년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해 방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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