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내 몸을 잘 아는 ‘AI 주치의’ 탄생

양재필 매경비즈 온라인기자(sohnsb@naver.com) 2025. 11. 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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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판교 창업존 입주기업 인터뷰 ⑨] 윤사중 프리딕티브(Predictive) AI 대표
유전자 기반 디지털 트윈과 AI 닥터의 혁신적 결합
암 조기진단 비용 10분의 1...맞춤형 예방 치료 선도
판교 창업존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산업 분야 유망 창업자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2017년 설립한 국내 최대 창업지원 클러스터로, 현재 창업진흥원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경기혁신센터의 수준 높은 액셀러레이팅과 투자 유치 기회를 누릴 수 있어 창업 생태계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 유니콘을 꿈꾸고 있는 입주기업 대표를 만나본다.
윤사중 프리딕티브 AI 대표 [제공: 프리딕티브(Predictive) AI ]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후 막대한 비용을 치르기보다, 발병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건강수명의 증진면에서 뿐 아니라 치료비용의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예방의료 트렌드는 눈부신 AI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거대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제 AI는 방대한 의료 및 유전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의 징후를 미리 포착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바로 이 혁신의 최전선에 프리딕티브AI가 있다. 현 존스홉킨스대 생명정보학 교수이자, 스탠포드대 Artificial Intelligence 연구 방문교수, UNIST 겸임교수, 실리콘밸리와 중동과 한국의 창업 경험까지 갖춘 윤사중 대표. 그가 미국에서 개발한 ‘유전자 기반 디지털 트윈’과 한국에서 개발한 ‘AI 닥터(상품명: 닥터 트윈 AI)’는 대기업도 탐내는 미래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AI 기반 개인화 헬스케어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기업명이 독특하다.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가

프리딕티브(Predictive)는 ‘예측하다’는 뜻이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예방 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만 가지가 넘는 세상의 모든 병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야구 타자가 모든 공을 치려다 삼진을 당하듯,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병이 발생할지 미리 ‘노림수’를 갖고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대하고 복잡한 의료 데이터를 인간의 머리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AI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이 프리딕티브AI가 됐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화성에 간다(Going to Mars)’라는 세 단어로 정의했듯, 우리 기업은 ‘100세까지 건강하게’라는 비전하에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Q. 주력 서비스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우리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결합해 초개인화된 ‘인공지능 의사(AI 닥터)’를 만들었다. 첫째는 ‘유전자 기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사람의 유전 정보는 A, C, G, T라는 30억 개 염기서열의 반복이라, 이 자체를 언어 모델 AI에 넣어도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우리는 4년간의 연구 끝에 이 암호 같은 유전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이나 2만2000여 개 질병과의 연관성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각 개인의 디지털 복제인간, 즉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자신의 DNA 정보를 구글처럼 검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둘째는 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는 ‘AI 닥터’다. 여러 전문 분야의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다’고 입력하면, 슈퍼바이저 AI가 심장내과 AI와 호흡기내과 AI를 동시에 호출한다. 두 전문의 AI는 서로 논의하며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환자의 유전자 디지털 트윈 정보를 결합해 ‘원발성 섬모 운동 이상증(Primary Ciliary Dyskinesia)’과 같은 유전적 요인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진단 리포트를 내놓는다. 이는 의사에게 환자의 유전 정보라는 지금까지 의료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던 ‘가려진 절반의 시험지’를 제공해 오진을 줄이고, 환자에게는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의료적 대변인’을 만들어주는 혁신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Q. 이렇게 혁신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아버님의 위암 투병이 결정적이었다. 나와 내 쌍둥이 형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수천 명의 DNA를 분석하는 연구자였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아버지의 DNA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뒤늦게 아버지의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충분히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암이었다. 그때부터 ‘앞으로 걸릴 병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형과 함께 아버지의 유전자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1년간 250개 질병을 분석했는데, 형은 이러한 노력이 방충망으로 창문의 1%만 덮고 벌레가 안 들어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모든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충망 전체를 커버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때부터 특정 질병 리스트를 보는 게 아니라, 30억 개 유전체 서열 전체를 표준 유전체(레퍼런스 지놈)와 비교해 모든 질병 가능성을 역으로 분석하는 플랫폼 개발에 매달렸고, 연구 4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윤사중 프리딕티브(Predictive) AI 대표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주요 사업영역과 경쟁력이 궁금하다

우리는 세 가지 주요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암 조기 진단 액체 생검’이다. 혈액 속을 떠다니는 암세포 DNA 조각(cfDNA)을 검출하여 암을 조기진단하는 기술인데, 기존 검사 비용이 1000달러(약 130만 원)에 달해 가격부담 때문에 누구나 받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AI 기술을 통해 이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궁극적으로는 당뇨 측정기처럼 피 한 방울로 집에서 암을 검사하는 POCT(현장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딥테크 팁스(TIPS) 과제에도 선정되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중이다.

둘째, ‘약물 유전체학(Pharmacogenomics) 리포트’ 서비스다.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을 먹어도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약물에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부작용이 있는 약은 본인에게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에게 맞지 않는 약은 피하고, 잘 맞는 약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우선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Primum non nocere)’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프리딕티브 에이아이의 유전체, 의공학, AI를 융합한 기술로써 실현하고자 한다.

셋째,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임상 대상에서 미리 제외하는 등 정밀한 통제가 가능해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신약 개발에 하루 1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Q. 투자 유치 성과와 파트너십은 어떤가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2020년 프리딕티브 케어사를 창업해 드레이퍼(Draper)와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 등 글로벌 유수의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으며 출발했다. 이후 근친혼으로 유전질환 문제가 많은 중동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진출, 현지 정부의 펀딩을 유치했다. 이러한 글로벌 성과를 인정받아 스티브 포브스 등 세계 주요 경영인들이 참여하는 ‘포브스 글로벌 CEO 컨퍼런스’에 초청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음 투자 단계에서는 네이버, 하나증권, 뮤어우즈 벤처스 등 국내 유력 투자사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초기 투자자들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사업 전략과 글로벌 확장 측면에서 멘토로써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 법인은 한국인들에게도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의 혜택을 제공하고 한국의 우수한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위해 2023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투자를 받아 독립법인으로 설립하였다. 미국 프리딕티브 케어사와는 유전자 기반 디지털 트윈의 전용 실시권을 가진 관계사로 두 법인은 서로 독립이지만 긴밀히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협력하는 트윈 스트럭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개인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건강증진에 활용하듯, 양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구현한 사례다.

또한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 펭귄에 선정되어 재무적 지원뿐 아니라 UNIST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유전체 기반 보건의료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특히 ‘백세인 코호트’의 장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한국인의 ‘슈퍼 노멀 레퍼런스 지놈(Super-normal Reference Genome)’ 구축을 지원받아, 100세 건강 시대를 위한 임상 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기술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NVIDIA Inception)에 선정되어 AI 고도화를 진행 중이며, 구글이 아부다비에서 운영한 AI 에이전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전 직원이 멀티에이전트에 대한 첨단 AI 기술 교육을 받았다. 또한 네이버가 투자한 기술기업 대표들의 네트워크인 D2SF CEO Summit을 통해 사업 협력과 기술 자문을 받고 있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는 다보스 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산하의 한국대표 기관인 C4IR(4차산업혁명센터)과 협력하여 Korea Frontier 프로그램에 선정, 글로벌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Q. 의학계의 최신 유망 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제는 DNA를 넘어 RNA를 모니터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DNA가 타고난 설계도라면, RNA는 그 설계도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전령(messenger RNA)’ 역할을 한다.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문제는 누가 그 0.1%의 부작용 대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췌장염이라는 결과(단백질 변화)가 나타나기 전, 그 전구신호인 RNA의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면, 장기가 손상되기 전에 약물 투여를 중단하거나 다른 치료로 전환할 수 있다.

이처럼 질병의 징후를 전사체(RNA)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포착해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예측 의학이다. 우리는 이미 이 분야의 연구기반을 마련했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존스홉킨스 대학교, 그리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등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의 기초 연구를 진행중이다.

Q. 기업 운영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학계에 있을 때, 논문 인용 지수를 높이는 것보다 내가 만든 기술과 시스템이 세상에 나와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이 들어 창업을 하게 되었다. 과거 북한의 김일성이 장수연구소를 세워 각 장기를 담당하는 의사를 두고 건강을 관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시절에는 오직 최고 권력자만 누릴 수 있었던 일이지만, 이제 유전체와 AI 멀티에이전트 기술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의료 대변인’을 통해 전신 건강을 관리받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나의 도전적인 비전을 믿고 딥테크 팁스 선정, 투자금 지원,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의학, 과학계 등의 전폭적인 기회를 준 한국의 혁신 생태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이상 소수의 특권이나 운이 아닌, 모두의 당연한 권리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Q. 경기창경 입주 기업으로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

경기혁신센터로부터 받은 도움이 사업의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이었다. 경기혁신센터의 투자를 발판으로 딥테크 팁스(TIPS)에 지원하여 선정됨으로써 최대 17억 원의 연구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추가 지원으로 판교 창업존에 입주하게 되어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매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재무적 지원뿐만 아니라, CEO 클럽에서 선배 기업으로서 창업가 정신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얻어 평소의 소신을 공유할 수 있었던 점도 의미가 깊다. 나아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투자 추천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며 재무적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했고, 이를 통해 여러 핵심 특허를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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