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손님 10대 아닌 가족단위 많아져…이젠 스케일업 할때” [헤경이 만난 사람-문준호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 회장]

김지헌 2025. 1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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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의원들에 매년 한식 제공 행사
냄새 난다던 김치 이젠 더 가져다 먹어
오겜·케데헌 덕에 16년새 ‘천지개벽’
中 막대한 자본 앞세워 한식사업 ‘위협’
美내 한식세계화 ‘스케일업’ 전략 절실
韓자본 넣은 ‘캐주얼 다이닝’ 확장해야
문준호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금 당장 미국 알바니에 위치한 뉴욕주 의회 로비에 ‘김치’를 갖다 놓았다고 하자. 세계적으로 ‘K-컬처’의 위세가 꺾일 줄 모르는 요즘, 과연 213명 의원 중 몇 명이 김치를 먹을까.

질문의 답을 알고 있는 인물을 최근 헤럴드경제는 만났다. 바로 매년 5월 뉴욕주 의사당을 찾아 김치 등 한국 음식을 16년 동안 알린 문준호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 회장 겸 KTM그룹 대표이다. 그는 미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회장이기도 하다. 이 단체를 2010년 1월 설립 당시부터 이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2016년 설립·14개 주 가입) 회장에 취임,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최대 번화가에 다양한 한식 사업을 전개하며 ‘K-푸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그래서 김치를 몇 명이나 먹을까.

“2010년부터 매년 뉴욕주 의사당에 가서 김치뿐 아니라 치킨, 불고기 등을 저희 협회 자비를 들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원들에게 무료로 식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400~500인분을 제공했죠. 16년 동안 정말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의사당에 김치를 갖다놔도 전체 의원 중 3분의 1 빼고는, 아예 손도 안 댔습니다. 김치 특유의 냄새가 불편했기 때문이죠. 치킨과 불고기는 그 때도 잘 먹었는데 김치는 좀처럼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행사에선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죠. 김치를 안 받아간 수가 전체 의원 중 4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3분의 1 가량은 김치를 리필해서 식사하더라고요.”

문 회장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16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김치’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K-드라마’ 열풍에 가족단위 한식 손님 늘어나”

문 회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한식을 찾는 이들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물론 2010년대 중반부터 퍼진 K-팝 인기였다. 10대를 중심으로 한국 대중 음악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K-컬처를 전파할 ‘군불’ 이 그때 달궈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K-팝의 주소비층은 10대들이었다. 그들에겐 돈을 쓸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한국 음식이 소비되려면 레스토랑을 찾아 돈을 쓸 수 있는 성인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했다. 2010년대까지 한국 문화는 부모들에게 낯선 문화였다. 그러나 이 ‘낯섦’이 2020년대 들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바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 한국 드라마가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다. 이런 드라마에서 한국인들이 김치와 삼겹살 등 한식을 먹는 모습은 미국 현지인들의 외식 풍토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2015년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자기 친구를 한식 레스토랑에 데려오는 젊은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넘어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가족 단위’로 레스토랑을 찾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도 삼겹살 먹을 때 귀찮아서 마늘 잘 안 구워 먹잖아요. 그런데 와서 구워먹기 시작하는 거에요.(웃음) 뉴욕을 예로 들어볼까요. 뉴욕에서 택시를 타면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와 음식에 대해서도 그렇게들 물어봅니다. 대화를 하면서 느끼죠. 드라마의 힘이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요.”

요즘 한국 음식은 그야말로 큰 장이 섰다.

문 회장은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아빠, 엄마, 아이들이 모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음식을 보고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됐다”며 “어떻게 보면 한식은 이제는 엄청난 콘텐츠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의 ‘콘텐츠’가 외피로 음식에 입혀지면서, 한식의 산업적 위상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설명이다.

“일식당, 아직 한국식당의 10배”

그러나 한식의 위상이 미국 내 일식 수준을 아직 뛰어넘은 것은 아니다. 문 회장이 아는 정보에 따르면 일식 음식점 수는 여전히 한국 식당에 비해 약 10배 가량 많다. 일식의 미국 내 위상을 따라잡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한식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오히려 최근 한식의 급격한 성장세를 이용해 미국 시장 내 틈새시장을 노리려는 ‘중국 자본’의 도전이 위협될 정도라는 설명이다. ‘한국식 바베큐’를 판매한다고 소개하는 고기 뷔페 ‘KPOT(케이팟)’이 교민들 사이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곳은 정통 한식을 알리는 업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 전역에 169곳의 체인을 보유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투자 기업의 진두지휘 하에, 저가 판매 전략을 바탕으로 한식을 잘 모르는 중남미인, 흑인이 찾는 프랜차이즈로서 명성을 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경쟁 업체들로부터 한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 문 회장을 비롯한 많은 미국 내 한식 사업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 회장은 1998년, 26살 나이에 홀로 미국에 건너가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맨해튼에서 한국식 경양식 식당 명소로 유명했던 ‘3rd 플로어 카페(Third Floor Cafe)’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3년에 이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문 회장은 미국 동부에서 KTM그룹을 통해 ▷한식 중심의 아시안푸드 식당 ‘푸드갤러리 32(Food gallery 32·2010년 개점) ▷실내포차형 술집 ‘소주하우스(Soju Haus·2013년)’ ▷한국 퓨전음식점 ‘모노모노(Mono Mono·2018년)’ ▷한식 바비큐 레스토랑 ‘너비아니1(NUBIANI·2022년)·너비아니2(2024년)’ ▷한국식 소고기 전문점 ‘호우(Howoo·2025년)’ ▷칵테일 바 ‘무색(Musaek·2025년)’ ▷두부 전문점 ‘두부하우스(Dubu Haus·2025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 키워드로 한식사업 가속

그는 자신의 한식 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거침없이 ‘건강’을 꺼내들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두부하우스’는 그의 야심작이다. 문 회장의 유년시절 그의 선친이 두부 사업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문 회장은 집에서 “두부만큼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은 없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건강’과 ‘두부’에 대한 애정은 ‘가업(家業)’을 잇고자 하는 문 회장의 의지와도 얽혔다. 그는 두부하우스를 미국 전역에 1000곳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제가 어린 시절엔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죠. 아버지께서 두부 사업을 하시면서, 항상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이 두부’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미국에 두부와 같은 최고의 단백질 식품을 소개해 그들에게 한국 음식이 건강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미국은 단백질, 한국은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인데 요즘 미국 내에서도 ‘건강한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두부하우스의 음식을 만들 때 직접 한국에서 식재료를 공수하며 신선도와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신경쓰고 있다. 담백하고 고소한 소백산 콩을 직접 공수해 하루에 2번 직접 두부를 만들고, 쌀도 한국에서 구매해 매일 도정한다. 국내산 참기름, 들기름 등도 음식 조리에 빠지지 않는다.

디른 레스토랑에서도 ‘건강’을 입히는 데 노력 중이다. 한국식 바베큐을 파는 ‘너비아니’와 ‘호우’의 경우, 고기와 여러 야채의 궁합을 따져 음식을 제공한다. 돼지를 먹을 때는 부추와 같은 따뜻한 야채가 구비되고, 소고기에는 일반 야채를 곁들여 서비스하는 식이다. 발효 역시 그가 주목하는 한식의 고유 포인트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처럼 발효를 거친 소스가 전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소주하우스’에서는 고객이 술을 마셔 몸에서 미네랄이 많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소주와 함께 나오는 전골의 육수를 사골 육수를 써서 이를 보완한다. 멸치가루로 무기질도 보충한다. 칵테일을 파는 ‘무색’에서도 제조법을 차별화한다. 칵테일을 제조할 때는 통상적으로 ‘시럽이 섞여 있는 믹서’를 사용한다. 그런데 문 회장은 시럽이나 설탕을 쓰지 않는다. 고추장 향이나 제주 한라봉 맛을 따로 추출해 술에 섞는다. “이렇게 제조하면 칵테일을 먹어도 머리가 안 아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산 해산물을 공수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문 회장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다.

“한식 세계화 위해 ‘파인’보다 ‘캐주얼 다이닝’”

문 회장은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거창한 목표’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한다”고 협회 회장을 맡게된 사명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미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는 처음에는 한식업을 하는 교민들이 협력을 논의할 네트워크로 발족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제안이 시발점이 된 비영리 단체이다.

이 단체는 약 16년간 뉴욕을 비롯한 미동부 지역에서 한식을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센트럴 파크 ‘코리아 데이’ 이벤트 ▷한국 입양아 한식홍보 ▷한국 전통주 홍보 ▷뉴욕대학교와 콜럼비아대학교에 한식 홍보 ▷한식당 종사자 교육 ▷공립학교 한식 급식 사업 ▷한식 식재료 공동구매 사업 ▷한식 푸드트럭 운영 ▷경찰서·소방서 등 공공기관의 한식 홍보 ▷코리안 레스토랑 위크와 같은 캠페인성 행사 등을 진행했다.

문 회장은 이제 ‘한식 확산 전략’이 바뀔 때라고 지적했다. 16년 전인 2010년도만 해도 당장 한식을 알리는 게 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케일업(사업 규모의 급진적 확대)’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설명이다.

K-드라마 덕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한식을 알릴 외식 업체가 더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업을 확대할 한국 자본의 투자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KPOT(케이팟)’ 사례와 같이 중국 등 외국 자본이 미국의 한식 업계를 쥐락펴락 하기 위해 거침없이 도전 중이다. 조리학교에서도 기존의 호텔식 프랑스·이탈리아 음식이 아니라 한국 음식을 정통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문 회장은 지적했다.

‘흑백요리사’라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이후 국내는 현재 ‘파인다이닝(요리 철학과 스토리를 결합한 고급 코스요리 레스토랑)’ 열풍이다. 그러나 문 회장은 미국 시장에 한식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 위한 ‘캐주얼 다이닝(일반 레스토랑)’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에 한참 못 미치는‘ 파인 다이닝’에 대한 투자보다 많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한식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 회장은 “파인다이닝도 음식 산업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지금의 풍토를 보면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요리 성격도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시장을 사로잡을 캐주얼 다이닝 관련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음식의 본질을 보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문 회장은 “한식의 본질을 고민하는 많은 사업가가 등장해서, 미국 내 한식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에 진출하려는 프랜차이즈 사업주들을 만나면 대부분 식재료의 유통과 제조방식에는 차이가 없고 브랜드만 달리 해서 진출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접근 방식도 한식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식의 본질에 충실하고 진지한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과 다양한 투자가 뒷받침 돼야 미국 내 한식 세계화가 스케일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헌 기자문준호 회장이 걸어온 길

문준호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 회장 겸 KTM그룹 대표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6살인 1998년 도미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10년 KTM그룹을 설립했다.

KTM 그룹은 맨해튼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장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정직과 신뢰에 뿌리를 두고 최고 품질의 재료를 통해 진정성을 보존하며, 고객의 요구와 변화하는 트렌드에 유연하고 혁신적으로 적응하는 회사’가 모토이다. 주류뿐 아니라 고기, 두부 등으로 한식 퓨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지역의 한식 사업자들과 함께 미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2019년 미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회장에 취임했다. 2024년에 북미주 한식세계화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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