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기 셧다운 종료 임박…선거 압승하고도 공화당에 양보한 민주당

정유진 기자 2025. 11. 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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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민주당 이탈표로 필리버스터 무력화 성공
핵심 쟁점 ‘오바마케어 연장’ 빠진 예산안 통과될 듯
“트럼프 맞선다더니 선거 끝나니 양보” 지지층 반발
존 슌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40일째 이어져 온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공화당 예산안에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다. 역대 최장 기록을 훌쩍 넘어선 이번 셧다운으로 식량 지원이 끊긴 저소득층은 겨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승하고도 이번 셧다운의 핵심 쟁점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연장을 약속받지 못한 채 공화당에 합의해 준 민주당을 둘러싸고 지지층의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도파, 오바마케어 빠진 합의안에 찬성
“협상으로 해결 불가능…셧다운 종료해야”

미 상원은 9일(현지시간) 밤 실시한 ‘절차 표결’에서 찬성 60표를 확보해 단기지출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그간 공화당은 수적 우위(53석)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를 통과하는 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번번이 가결에 실패했다. 하지만 딕 더빈(일리노이)·진 샤힌(뉴햄프셔)·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팀 케인(버지니아) 등 민주당 중도파 상원의원 7명과 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앵거스 킹(메인) 상원의원 등 민주당 중도파 의원 8명이 대거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필리버스터 무력화가 가능해졌다.

예산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면 하원에서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집권 공화당이 다수당인 만큼 하원에서도 가결이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이르면 며칠 내로 셧다운이 공식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표결에 부쳐진 공화당의 수정안은 시한을 내년 1월 말까지 연장한 단기 임시예산안과 농업·군사건설·의회기관 등 3개 분야의 별도 예산안을 포함한다. 셧다운 동안 해고된 연방정부 직원들의 재고용과 체불임금 지급을 보장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 토막 낸 감사원(GAO) 예산을 원상복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셧다운의 핵심 쟁점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연장은 수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올해 말 오바마케어가 종료되면 미국인 2000만명의 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며 1년 연장을 요구해왔지만, 공화당은 셧다운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대신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부 운영이 재개되면 12월 둘째 주까지 오바마케어 연장 안건을 단독 표결에 부쳐주겠다고 민주당에 약속했다. 아울러 오바마케어 대신 그에 소요되는 보조금 예산 약 300억달러(약 44조원)를 가입자의 개인 계좌에 현금으로 넣어주자는 새로운 제안을 들고 왔다. 보험사 대신 소비자에게 직접 줌으로써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경쟁을 통해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이 합의안이 “민주당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케인 의원은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수급자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오바마케어 협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킹 의원도 “협상을 통해 오바마케어를 연장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이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팀 케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공화당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도파 의원들이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선거 압승 해놓고 갑자기 양보한 민주당
지지층 반발 커질 듯

하지만 튠 상원 원내대표와 달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오바마케어 연장 안건에 대한 단독 표결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설령 단독 표결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하리란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다수는 예산안에 합의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코네티컷)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보조금을 개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공화당 제안에 대해 “건강보험을 없애고 그냥 수천달러를 주자는 건가. 그러면 암 진단을 받으면 그냥 파산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호히 맞서겠다고 유권자를 설득해 최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놓고,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화당과 합의한 것에 대해 지지층 일각에서도 강한 불만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분석 전문가인 네이선 곤잘레스는 “진보진영 내에서는 민주당이 더 유리한 위치였는데 스스로 양보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지층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다음 경선에서 심판하자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2026년까지 선거 일정이 없거나 재출마 계획이 없는 의원들이어서 정치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 정치해설가인 스콧 제닝스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셧다운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켰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략이 없어 ‘항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곤잘레스는 “오바마케어 중단으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 공화당이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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