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프 제도, 지역 치안의 민주적 힘 보여주다

충청투데이 2025.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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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신문 2개사 공동기획] 지방분권 실현의 첫단추 ‘자치경찰제’
④ 주민이 직접 뽑는 치안 수장, 美 셰리프제에서 본 자치경찰
직접 뽑는 선출직 셰리프, 카운티 치안 총괄
현장 대응·교정시설 관리·영장 집행 등 수행
주민 참여·언론 감시로 작동하는 분권 실현
카운티 예산·인력 통합 관리 치안 안정성 확보
韓 자치경찰제도 시사점 제공… 안전 모델 강조
미국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버겐카운티 셰리프 청사. 사진=공동취재단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셰리프 청사 내부 기념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셰리프 청사 내부 회의실에서 공동취재단과 미주한미경찰자문위원회 관계자들이 셰리프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충청투데이 조사무엘·함성곤·경기일보 김도균 기자] 정부가 자치경찰제 전면 개편에 나서며 '지역이 책임지는 치안'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책임, 균형, 권한 이전과 민주적 통제의 조화라는 축을 어떻게 확립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공동취재단은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주민이 직접 치안 수장을 선출하는 제도', 미국의 셰리프(Sheriff)에 주목했다. 셰리프 제도는 지역이 스스로 치안을 설계하고 주민이 평가하는 지방분권형 치안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에 공동취재단은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셰리프국을 직접 찾아가 현지 셰리프 조직의 운영 방식과 제도적 의미를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 주>

◆우리 지역 치안 담당자는 우리가 뽑는다…미국의 또다른 자치 경찰, 셰리프

미국의 치안 체계는 주 경찰(State Police), 시·타운 경찰(Local Police), 그리고 그 사이의 허리 역할을 하는 셰리프(Sheriff)로 구성된다.

주 경찰이 광역 단위의 중대 범죄나 교통단속을 맡고, 지역경찰이 생활치안을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셰리프는 각 카운티의 치안을 총괄하는 수장이다.

한국과 1대1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연방제인 미국에서 하나의 주(State)가 국가 규모라면 카운티는 광역자치단체에 가까운 행정 단위다. 각 카운티는 자체 예산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치안을 책임지는 인물이 셰리프다.

이들은 현장 대응·순찰·특수부대 운용·교정시설 관리뿐 아니라, 법원 청사 경비, 영장 집행, 차압·경매 집행 등 사법·행정 기능도 수행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셰리프가 주민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선출직'이라는 점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가 주민이 직접 셰리프를 뽑는다.

뉴저지의 경우 21개 카운티마다 셰리프가 3년 임기로 선출되며, 재신임 여부 역시 주민의 손으로 결정된다. 즉, 지역 주민이 스스로 치안을 맡길 인물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구조다.

셰리프 제도는 단순한 치안 시스템을 넘어 지방분권의 핵심 원리를 담고 있다.

중앙이 아닌 지역이, 공무원이 아닌 주민이, '누가 우리 지역의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직접 결정한다.

셰리프는 선출된 직위인 만큼 주민 여론과 언론 감시의 영향력이 크다.

선거를 앞두고 범죄 예방 정책과 예산 집행 내역, 교정시설 운영의 투명성을 경쟁적으로 공개하는 이유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 자치경찰제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기도 한다.

행정적 권한 이양에 그치는 '형식적 분권'이 아니라, 주민이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작동하는 분권'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셰리프 제도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역이 주체가 되는 치안, 그리고 주민의 감시와 참여를 통한 책임 구조다.

안토니 큐레톤 뉴저지 버겐카운티 셰리프는 "셰리프 제도는 치안이 행정이 아니라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걸 보여준다"며 "한국의 자치경찰제도도 이런 책임성과 주민 참여 구조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경찰을 실현하려면 중앙의 권한을 단순히 내려보내는 걸 넘어서, 지역이 스스로 안전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셰리프의 힘은 법이 아니라 주민의 신뢰에서 나온다"며 "선출된 이상, 주민이 평가하는 존재라는 자각이 크다. 한국도 경찰 조직이 지역과 소통하고 주민에게 설명하는 문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이 안토니 큐레톤 뉴저지 버겐카운티 셰리프의 집무실 내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진성 뉴저지 버겐카운티 부셰리프와 공동취재단이 청사 내부를 돌며 셰리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저지 셰리프 관계자가 사격 훈련 후 셰리프가 사용하는 총기 종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한인 최초 뉴저지 셰리프 부셰리프, 김진성 부국장을 만나다

뉴저지 버겐카운티 셰리프국 김진성 부셰리프는 한인으로는 최초로 이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14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25년 넘게 현장에서 경찰로 근무해 왔다.

언어 장벽과 인종차별을 이겨내며 야간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형사부서를 거쳐 지난해 한인 최초 부셰리프로 임명됐다.

그가 근무하는 버겐카운티 셰리프국은 연간 예산 1억 달러 이상, 인력 650~700명 규모다.

법원과 청사 경비, 수감자 호송, 교정시설 관리, 영장 송달, 차압·경매 집행 등을 맡는 동시에, 카운티 내 주요 도로 순찰과 대형행사 경비, 폭발물처리·감식·SWAT 등 특수부대 운용도 담당한다.

김 부셰리프는 셰리프에 대해 "지역경찰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대형행사를 카운티 단위로 지원하는 것이 셰리프의 역할"이라며 "현장 대응의 중간 허리이자 지역 전체를 엮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셰리프국을 '협력 중심 조직'이라 표현했다. "사건 하나를 처리할 때도 지역경찰·검찰·교정국이 모두 얽혀 있다.

셰리프는 그 사이를 조율하는 실무기관"이라며 "카운티 전체 자원을 조정해서, 대응과 예방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뉴저지의 치안 예산은 대부분 주민의 재산세와 카운티세로 충당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성향이 강해 주민 감시가 강하게 작동한다.

다만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타운과 재정이 약한 타운 간 격차가 생기면 카운티가 조정해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김 부셰리프는 "부자 타운과 가난한 타운의 재정 격차가 크지만, 카운티 단위로 묶어 운영하니까 불균형이 줄어든다"며 "뉴저지의 치안이 안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셰리프를 중심으로 예산과 인력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경찰제의 부작용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셰리프는 "작은 타운은 정치가 개입되기 쉽다. 시장이 경찰서장을 임명하면 인사 낭비가 생기고, 감투형 보직이 늘어난다"며 "그러면 결국 주민 세금 부담은 커지고, 치안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자치경찰 논의에 대해 그는 "제도보다 중요한 건 작동하는 구조"라고 답했다.

김 부셰리프는 "무엇을 자치로 둘 것인가,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며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니, 작은 도시는 협력형, 큰 도시는 독립형 모델로 가는 식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셰리프는 주민이 뽑고 주민이 바꾼다. 이게 제도의 핵심이다. 한국 자치경찰도 결국 주민이 체감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안전은 중앙이 아닌 지역이 책임질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충청투데이 조사무엘·함성곤·경기일보 김도균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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