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입법 독재" 박성재, 검사 시켜 '尹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

이유지 2025. 11. 1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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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과장 하달로 평검사 작성
尹 계엄 선포 담화문 논리 근거 나열
문건 받고 10분 후 삼청동 안가모임
특검, 삭제 파일 복원… 재청구 보강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지시로 현직 검사가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행태를 '다수당의 입법 독재'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내세운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나열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이 문건을 전달받고 10분 뒤 이른바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모임의 성격도 의심하고 있다.

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특검팀은 최근 박 전 장관 등의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했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안모 검사로,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지시가 임 전 과장을 통해 안 검사에게 하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박 전 장관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만큼 특검팀은 혐의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

문건의 골자는 국회의 권한 남용 지적으로, 크게 세 가지 논리가 제시됐다. ①입법권 남용 ②탄핵소추권 남용 ③예산심의권 남용이다. 세부적으로는 '(① 관련) 다수당은 수적 우위만 앞세워 윤석열 정부 들어 25건 법률안을 일방 처리', '(② 관련) 다수당은 검사,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가 없음을 알면서도 직무정지 목적으로 연이어 탄핵소추권을 남용해 행정부 기능을 마비', '(③ 관련) 헌정 사상 전례 없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감액안이 대외 불확정성으로 엄정한 상황에 처한 경제 리스크를 더욱 가중' 등이 거론됐다.

문건 말미엔 '다수당은 삼권분립 원칙마저 저버린 채 입법부 권한을 남용해 입법 독재 일삼아'라는 결론이 제시된다. 특검팀은 해당 내용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담화문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에서 "국회는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다",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 "국회는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박 전 장관이 이미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예상하고 검사에게 논리를 정당화하는 문건을 작성케 했단 것이 특검팀 시각이다. 특히 박 전 장관은 임 전 과장에게 당일 12월 4일 오후 4시쯤 한 차례 문건 보고를 받은 뒤, 오후 6시 42분쯤 수정된 최종본을 수신했다. 그로부터 10분 후인 오후 6시 52분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소지한 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모임을 가졌다. 박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한정화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참석한 자리였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직후 윤 전 대통령의 법률 참모들이 모인 데다, 박 전 장관이 권한 남용 문건을 회동 직전 마련한 만큼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참석자들은 그간 "단순 친목 모임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장관은 문건을 비롯해 안가회동 참석 직전 김 전 수석에게 전화가 온 내역 역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검찰과 업무와 무관한 불법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을 하급자에게 시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을 들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추가하고, 증거인멸 염려를 보충해 금명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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