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 구매했으니 포괄적 권한" 지상파3사 "AI학습은 별개" 재판서 격돌

박서연 기자 2025. 11. 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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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디어 파도]
네이버, 2020년 뉴스제휴 약관에 "서비스 개발 위해 이용할 수 있다" 조항 넣어
시사보도물의 고유한 저작물 여부·침해된 저작물 특정도 쟁점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네이버. ⓒ연합뉴스

“오래전부터 뉴스콘텐츠 제공계약을 체결해서 (네이버가) 유료로 뉴스를 사용했고, 약관을 통해 구체화 됐다. 약관 해석이 이 사건의 중점이다. 약관 내용에 대한 반박을 원고(지상파3사)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 (네이버 측 법률대리인)

“저희가 보기에는 약관 문헌 해석, 약관 해석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상파3사 측 법률대리인)

네이버와 지상파3사가 AI 학습 데이터 제공의 적법성을 두고 법정에서 격돌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 심리로 열린 지상파3사가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중지 등 청구의 소 2차 변론기일에서 네이버와 지상파3사가 2020년 당시 맺은 '뉴스콘텐츠제휴 약관 8조' 조항을 두고 맞붙었다.

이날 공판에서 네이버는 뉴스 제공 대가를 지급하는 제휴 언론사의 뉴스콘텐츠를 네이버의 생성형AI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사용하는 게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약관'이다. 제8조 제3항 '네이버의 권한과 의무' 조항을 보면 '네이버는 서비스 개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직접, 공동으로 또는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제3자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사전에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재판장은 네이버가 지난달 31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 서면을 언급하며 “'제휴 약관에 기반해 뉴스콘텐츠를 사용할 포괄적인 권한이 있다' 이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며 “제휴약관이 2020년 4월21일 체결될 당시 생성형 AI 개발이 활발했다. 그래서 제휴약관이 이런 면으로도 이용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후 피고(네이버)가 원고들(지상파3사)에 지급한 뉴스콘텐츠 대가가 50% 이상 급증했고, 약 5년간 원고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지급하기도 했는데 이런 점도 포괄적 이용 권한에 따른 대가다. 연 수십억 원씩 원고들에게 지급한다”라는 주장을 전했다.

재판장은 “(네이버 측 준비서면을 보면) MBC는 추가로 개별 협상 절차도 거쳤다. 양 당사자 간 지위가 대등하다”라고 했다.

저작권 침해 대상을 특정하는 것과 시사보도물을 고유한 저작물로 봐야 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저작권법을 보면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네이버 측 법률대리인은 “그런 점을 토대로 청구취지에서 원고들이 (학습을) 금지한다는 기사가 뭔지 특정이 돼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네이버 측 법률대리인은 “예전부터 뉴스 제공계약을 체결해서 유료로 뉴스를 사용했고 약관을 통해 구체화됐다. 약관 해석이 이 사건의 중점이다. 약관 내용에 대해 원고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당한 사용 권한이 있다. 그걸 전제로 해외 사례를 봐야 한다. 해외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단으로 사용한 것과 다르다. (네이버는) 이미 전재료를 지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클로바X 출시 안내 화면.

반면 지상파3사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변론기일까지 피고 학습에 관한 입장이 애매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았다. 최근 제출 준비서면을 읽어보면 (생성형AI 개발에 뉴스콘텐츠를) 학습했다는 인정하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관 관련된 내용은 준비서면으로 통합해서 제출하겠다. 피고들이 해외사례와 다르다면서 약관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저희가 보기에는 약관 문헌 해석, 약관 해석 원칙에 위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약관이 생성형 AI 학습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계의 반발을 산 적 있다.

지상파3사 측 법률대리인은 “2020년 약관 적용 전 개별 계약이 피고 설명과 사실관계가 다르다. 2020년 이후 정보제공 대가 금액이 급증한 것도 추가 설명할 것”이라며 “피고는 개별 기사가 저작물인지 끝까지 다투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사건 쟁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LLM(대규모언어모델)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건 개별 기사가 아니라 대량 뉴스콘텐츠를 학습했느냐가 중심이다. 개별 기사는 핵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개별 저작물 특정이 본질을 흐리는 행위는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저작물이 침해됐는지 개별 저작물이 특정돼야 한다. 뉴스콘텐츠 중에 보호 대상이 아닌 콘텐츠도 분명 있을 텐데 어떻게든 빼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원고 대리인이 최대한 특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약관 효력과 관련해서 제휴약관 체결과정에서 3개월 협의 기간 거치고 MBC도 법률 검토를 거쳐서 문의했다. 체결 후 원고에게 지급한 대가 급증했다. 제휴약관이 나온 이후에 체결된 금액이 얼마라든지, 사실관계 잘못된 거 있으면 명확하게 지적해서 반박해달라”라고 했다.

재판장은 이어 “피고 대리인이 2023년 6월1일 자로 제휴약관이 개정되면서 사전에 제공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절차가 추가된 이전에는 사전 동의도 불필요했던 거 아니냐. 그런 부분이 있는데 그 취지는 2023년 8월24일 하이퍼클로바X 공개 전에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활용이 끝났다는 전제로 말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네이버 측 법률대리인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서면으로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3사는 지난 1월13일 자사 뉴스 등을 무단으로 생성형 AI에 활용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학습금지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12월 지상파3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국내외 AI 기업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뉴스콘텐츠뿐 아니라 모든 오디오, 영상 콘텐츠를 AI 학습에 이용하기 위해는 별도의 보상 협의가 필요하며, 허가 없이 이용을 금지한다”라고 경고했다. 방송협회는 네이버에 데이터 수집방식 공개, 사용 보상 및 향후 침해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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