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미나리타운'…원동미나리축제, 내년 개최 불투명
참여율 저조·수익 감소로 실패 귀결
운영진 사퇴·미지급금 등 후유증 극심
“상설타운 조성 등 양산시 적극 개입 필요”
경남 양산의 대표 먹거리 축제로 자리 잡은 ‘원동미나리축제’의 내년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올해 ‘불법 없는 축제’를 내세우며 새롭게 출발한 ‘미나리타운’이 현실적 제약과 행정적 한계 속에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것이다.

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매년 축제를 주관해온 원동면 주민자치회는 오랜 기간 논란이 이어져온 불법 비닐하우스 영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미나리타운’을 조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농지법 위반 없는 축제’, ‘깨끗한 관광지’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번 양성화 사업은 지역 농가의 자율 참여를 기반으로 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원동미나리축제는 양산 매화축제와 연계해 봄을 알리는 대표 행사다. 매년 8만 명 이상의 상춘객이 찾으며, 청정 지하수로 재배된 친환경 미나리를 삼겹살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미나리 재배농가에겐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수입원으로, 축제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축제의 성장 뒤에는 불법 영업이라는 그늘이 있었다. 축제 기간 농가들이 관행처럼 운영해온 비닐하우스 간이식당은 농지법과 축산법을 위반한 불법 가설물이었고, 정식 허가를 받은 음식점들과의 마찰도 이어져왔다. 양산시는 그동안 계고장만 발부하다가 올해 들어 불법 영업 농민 20여 명을 형사 고발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자치회가 나선 것이 ‘합법 미나리타운’이었다. 불법을 끊고 농가와 지역 음식점이 함께 상생하자는 취지로, 양산시도 보조금을 1,50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해 호응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천막 형태로 조성된 미나리타운은 늦겨울 매서운 바람에 취약했고, 강한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는 방문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부지가 미나리 재배지와 떨어져 접근성이 떨어진 데다, 수도시설 등 인프라도 부족했다. 방문객 감소로 수익이 줄면서 참여 농가의 불만이 커졌고, 일부는 중도에 이탈했다. 남은 참여자들도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축제 운영이 흔들렸다.
반면 불법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성행했다. 벌금보다 수익이 더 큰 탓에 단속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합법 타운의 참여 농가가 줄면서 불법 농가의 수익은 더 늘었다. ‘합법이 손해 보고 불법이 이득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미나리타운은 운영 적자를 메우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주민자치위원장과 운영진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축제 종료 후 일부 인건비·물품 대금 미지급 문제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축제를 이끌 인력이 공석이 되면서 내년 2월 예정된 축제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내년 예산에 반영될 보조금 신청이 이미 마감돼 현실적으로 내년 개최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양성화 실패로 원동 지역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불법 영업이 재확산될 경우 지역 이미지와 농가 신뢰 회복이 어렵다. 특히 내년은 ‘2026 양산 방문의 해’가 시작된다. 원동매화축제와 함께 지역 관광의 문을 여는 첫 행사인 미나리축제의 부재는 단순한 행사 차질을 넘어 지역 관광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한 농민은 “불법이라는 오명을 벗고 상생을 위해 손해도 감수하고 노력한 결과가 오히려 합법의 길을 위축시키는 길이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지역 안팎에서는 “이제는 양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 축제라며 행정이 한발 물러서 있던 태도를 벗어나, 상설형 미나리타운 조성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숙남 양산시의원은 “주민이 자율적으로 시작한 양성화 시도였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시가 나서서 양성화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적정 부지를 확보해 미나리 하우스의 정취를 살릴 수 있는 합법적 상설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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