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만든 국정원 "국민께 사과" 김규리 "사죄하긴 했는데 누구한테 했나?"

박서연 기자 2025. 11.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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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김미화씨 등 36명, 2017년 손해배상 소송 제기
법원, 2심서 국가·이명박·원세훈이 원고들에게 500만 원 지급하라 판결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출연한 배우 김규리가 2022년 5월26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때 작성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중 한 명인 배우 김규리씨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한 것을 두고 “사죄를 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했다는 건지.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한 것 같기도 하고.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국민께 사과드립니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고등법원은 10월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등 압박을 가한 불법행위를 한 데 대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라고 한 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10월30일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가 소송을 총괄하는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했으며 상고 마감 기한인 11월7일 법무부 지휘에 따라 상고를 포기했다.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 날인 8일 김규리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드디어 판결이 확정됐다. 그동안 몇 년을 고생했던 건지. 이제는 그만 힘들고 싶다. 사실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말을 안 하고 있었던 제 경험 중에는 '저희 집 골목에 국정원 사무실이 차려졌으니 몸조심 하라는 것'과 당시엔 저희 변호사였던 김용민 의원님께서 질문하시기로는 '집이 비어 있었을 때 무슨 일은 없었는지', 집이 비어 있을 때 국정원이 들어왔던 곳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규리씨는 “'미인도' 영화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화면에 제가 잡히니. 어디선가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날 갑자기 취소연락이 오기도 했었고. 블랙리스트 사실이 뉴스를 통해 나온 걸 접했을 때 SNS를 통해 심정을 짧게 표현한 걸 두고 다음 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었고. 휴대폰 도청으로 고생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사죄를 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했다는 건지.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한 것 같기도 하고.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상고를 포기했다 하니 소식 기쁘게 받아드린다. 블랙리스트로 고생했던 기간과 2017년 소송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동안 고생하신 변호사팀과 선배동료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 보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라고 썼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문화예술 인사들을 배제하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압박 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은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반정부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 총 82명을 관리했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82명 명단에는 진중권, 문성근, 권해효, 김규리, 이준기, 유준상, 문소리,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안치환, 김장훈, 양희은, 변영주 등이 있었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36명은 2017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국장이 공동해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27-2부(재판장 서승렬)는 지난달 17일 “국가는 이 전 대통령, 원 전 국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국가 책임까지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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