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기업·개인투자, 해외로 쏠리는 이유

강현철 2025. 11. 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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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세계질서의 격변 와중에 한국 경제의 현안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직까지 MOU조차 체결 못하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 저성장의 고착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나라빚의 급증 우려 등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주가가 상당히 올라 한줄기 희망을 내비치지만 이것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것일뿐 우리 경제 전반이 좋아져서가 결코 아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반이 고착되는 추세다. 올 평균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돈의 가치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뜻이다. 이는 물가의 급등을 초래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해 달러 공급이 늘고 있는데도 왜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업이든 개인이든 국내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경제 양대 주체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별로 좋지 않게 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투자는 국내는 부진한 가운데 해외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투자 비중은 2000년 이후 30%대 중반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순해외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에서 2015~2024년 4.1%로 6배 정도 늘었다.

이는 국내에 투자해 벌어들이는 자본수익성이 해외 투자때보다 지속적으로 떨어져왔기 때문이다. 자본수익성은 생산성이 높을수록, 노동이 많이 투입될수록, 자본이 적게 투입될수록 높아진다. 그런데 생산성이나 노동투입 둔화에 의해 자본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수익률 측면에서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투자 수익률이 해외투자 수익률보다 계속 낮았다. 한국에 투자할 유인이 적어진 것이다. 이는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투자 확대와 사상 최초 순대외자산 1조달러 돌파로 귀결되고 있다.


KDI가 생산요소 투입량과 산출량 간 관계를 살펴보는 ‘콥-더글라스 생산함수’를 활용해 계산한 결과 생산성 둔화 등에 따라 국내 투자가 해외 투자로 전환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0.15%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또 소득 분배 관점에서 보면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하면 국내 대신 해외 투자가 늘어난 것은 노동자들의 수입에 더 악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고령화 등 인구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일본에서도 이런 비슷한 측면이 관측되고 있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가율이 1965년 2% 안팎에서 2004년 마이너스 0.5% 내외로 하락하였는데,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증가율도 1985년에서 2024년까지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또 일본의 생산성 상승률은 1965년 3% 내외에서 2004년 0% 정도까지 하락하였는데, 한국에서도 1985년과 2024년 사이에 이와 유사한 하락 흐름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1980년대 이후 자본수익성이 하락하고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의 수익률이 역전되면서 해외투자가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된 결과, 경제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로부터의 투자수익에 의존하게 됐다.

KDI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투입 둔화는 국내 자본수익성을 하락시키고, 생산성 둔화는 직접적으로 GDP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스톡 감소를 유발해 GDP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1.5배 정도로 증폭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국내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경제 구조개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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