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라며, AI 시험을 AI로 풀었는데” 그게 부정이라면?... 연세대 부정 논란이 던진 질문

제주방송 김지훈 2025. 11. 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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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 수강 ‘챗GPT 수업’... “절반이 부정” 정황
전국 대학 77% “AI 가이드라인 없다”… 과거에 머문 교육
교육 현장에 들어온 AI. 그 활용을 둘러싼 제도 틀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편집 이미지)


AI를 가르치는 교실에서 AI를 쓰면 부정이 되는 시대.

최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강의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학생 절반이 AI를 이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교수는 “모두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학생 일탈’보다 ‘교육의 공백’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만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 절반이 AI 사용…“나만 안 쓰면 손해였다”

문제의 시험은 지난 10월 15일, 온라인 객관식 형태로 치러졌습니다.
응시자는 손과 얼굴이 보이도록 영상을 촬영하며 문제를 풀었지만, 일부는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겹쳐 띄워 AI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익명 투표가 올라왔습니다.
여기에서 응답자 353명 가운데 190명이 “커닝했다”고 답했습니다.
AI를 활용한 학생이 절반을 넘은 셈입니다.

한 수강생은 “대부분 챗GPT를 썼다. 안 쓰면 학점을 따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윤리를 의심받기보다는 뒤처지는 게 더 두려운 현실, 그게 지금의 대학 현장이었습니다.


■ “AI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낡았다”

급기야 해당 학과 교수는 부정행위를 적발하며 “자수하지 않으면 정학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렇지만 비대면 시험 600명 전원을 검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AI를 막겠다는 방식” 자체가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AI를 금지할 게 아니라 활용 능력을 평가했어야 한다”는 반응도 퍼지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객관식 시험을 보면서 AI 사용만 막겠다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윤리’를 말하는 교수, 그리고 ‘현실’을 꼬집는 학생.
현장은 그 둘 사이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 대학의 ‘AI 공백’이 만든 예고된 사고


이 사태는 어느 한 대학의 교수와 학생 간 갈등 사례에만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전국 대학 대부분, 아직 생성형 AI를 다룰 제도적 틀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77.1%가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답한 대학은 전체의 22.9%뿐이었습니다. 10곳 중 2곳 정도만 규정을 갖췄다는 뜻입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이 올해 1학기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대다수 학생이 생성형 AI를 학습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금지’와 ‘허용’ 사이 뚜렷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금지된 도구’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했고 그 판단은 매번 교수 개인과 학칙의 해석에 따라 뒤바뀌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AI 윤리 논의, 선언만 있고 구조가 없다

AI 윤리에 대한 담론은 넘쳐나지만, 현장은 여전히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육계는 “AI 사용은 부정행위”라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산업계와 사회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AI는 금지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기준을 세워야 할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19~29살 청년의 59.5%가 ‘새로운 AI 기능을 탐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젊은 세대에게 AI는 이미 ‘학습 도구’이자 ‘생존 기술’로 인식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대학은 여전히 ‘윤리’라는 단어 뒤에 숨어, 변화를 늦추고 있습니다.
정작 윤리를 가르쳐야 할 교실이 현실을 부정한 채 멈춰 있으면, 그 윤리는 선언에 그치고 구조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 “교수가 문제냐, 시스템이 문제냐”… 댓글에 쏟아진 현실론

사건 이후 온라인 등 각종 포털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AI 수업에서 AI 쓰면 왜 부정이냐”는 반응부터 “문제를 낡게 냈으니 생긴 일”이라는 냉소까지 이어졌습니다.
“계산기가 있는데 손으로 계산하라 하면, 그게 교육인가”, “이건 커닝이 아니라 교육이 시대를 못 따라간 결과다”, “AI를 막을 게 아니라, 잘 쓰게 가르쳐야 한다” 등 관련 글은 변명이 아니라, 제도의 늦은 속도를 겨눈 비판으로도 읽힙니다.

일부는 “AI를 막을 수 없다면, 활용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결은 다르지만, 질문은 같습니다.
“지금의 교육은 정말 AI 시대를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나”

■ AI를 막는 교실, 결국 학생 막는다

AI를 금지할지, 아니면 활용을 가르칠지.
연세대 시험지는 그 질문을 교육계 전체에 던졌습니다.

AI 시대, 교육이 멈춰 있으면 정답은 사라집니다.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는 더 이상 ‘가르친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은 학생의 부정행위로만 치부하기 앞서 교육과 제도, 윤리의 기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AI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선언을 넘어, 현실의 규범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교육 현장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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