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늦출 수 있다…의학적으로 확인한 ‘뇌를 지키는 14가지 습관’
청력·혈관부터 관계·학습까지, 관리하면 뇌 노화 45%까지 막을 수 있어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현재 치매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증상의 진행 속도를 평균 25% 정도 늦출 수 있을 뿐, 치매 자체를 예방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저널 '랜싯'의 치매 예방·중재·돌봄위원회(Lancet CDPIC)는 이른바 치매 예방 권고안을 발표했다. 영국 런던대 질 리빙스턴 교수 등 세계 27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이번 권고안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14가지 요인을 제시했는데, 모두 개인의 생활습관을 통해 개선 가능한 것들이다. 세계 석학들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안한 '치매 예방을 위한 14가지 생활습관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 위험요인 14가지는 낮은 교육 수준, 난청, 고LDL콜레스테롤, 우울증, 머리 외상,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 대기오염, 시력 저하다. 이 가운데 난청(7%), 고LDL콜레스테롤(7%), 낮은 교육 수준(5%), 사회적 고립(5%)은 특히 주요한 치매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서 제시된 비율은 '치매 환자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난청의 경우, 전 세계 치매 환자 100명 중 7명이 난청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위원회는 "14가지 위험요인을 모두 제거할 경우, 이론적으로 전체 치매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통계적 모델에 근거한 이론적 추정치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비율을 단순히 합산해 '모든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치매의 45%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개인이 자신에게 해당하는 몇 가지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꾸준히 관리해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거나 발병 시기를 늦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낮은 교육 수준(5%) 기초 교육 보장과 평생학습 환경
어린 시절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예비 인지 기능이 낮다. 이는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치매 유발 물질(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등)이 축적될 때 이를 보상하거나 극복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모든 아동에게 균등한 초중등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평생학습은 필수적이다. 책과 신문 읽기, 온라인 강의 수강, 퍼즐·퀴즈 풀기, 악기 연주 등 인지 기능을 자극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김기웅 교수는 "뇌의 예비 인지 기능은 교육으로 결정된다. 예비 인지 기능이 높을수록 치매가 발생했을 때 방어할 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난청(7%) 정기 청력검사와 소음 노출 환경 개선
청력이 떨어지면 청각 피질 자극이 줄어 뇌 활동이 감소하고, 해마와 측두엽 등 기억과 관련된 부위의 위축이 빨라져 치매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해마 용적은 정상인보다 2~3배 빠르게 감소한다. 또 청력 저하는 대화와 사회적 교류를 어렵게 해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따라서 중년기부터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이 시작되면 보청기 착용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며,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귀마개를 사용하는 등 청력 보호 습관이 필요하다. 김기웅 교수는 "귀는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뇌는 그중 필요한 소리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 능력이 떨어지면 인지 활동이 줄고, 난청으로 인한 언어 소통 감소가 기억 장애를 촉진하므로 노인성 난청은 초기부터 보청기를 착용해 퇴행성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LDL콜레스테롤(7%) 포화·트랜스 지방 제한과 LDL 관리
중년기에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후년기 치매 위험이 커진다.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침착돼 염증을 일으키면 뇌혈류가 줄어들어 신경세포 손상과 인지 저하가 촉진된다. 따라서 40세 이후에는 1~2년마다 혈액검사로 총 콜레스테롤, LDL, HDL, 중성지방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포화지방·트랜스지방은 줄이고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며, 주 150분 이상 유산소운동과 체중 조절, 금연, 절주를 병행해야 한다. 필요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스타틴 등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김기웅 교수는 "고LDL콜레스테롤은 장기간 뇌혈관과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쳐 중년기에는 심혈관질환, 노년기에는 치매 위험을 높이므로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3%) 약물·심리 치료 병행과 야외 활동
우울증을 치료한 사람은 치료받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낮다.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해마의 위축을 유발한다. 또 사회적 활동 감소, 수면장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증가 등이 동반되면서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한다. 따라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약물·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 등)를 병행해야 한다. 햇빛을 받으며 걷기, 가벼운 야외운동, 정원 가꾸기 등이 기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 취미활동·사회 모임 참여로 정서 자극과 대인관계를 유지하면 우울 완화와 인지 기능 유지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야외 활동은 수면 리듬을 바로잡고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동시에 낮춘다.
머리 외상(3%) 보호 장비 통해 생활 속 위험 예방
머리 외상은 치매 위험을 높이고 발병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뇌의 신경세포와 연결망이 손상되며, 이 과정에서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의 침착이 촉진돼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병리 변화가 나타난다. 한 번의 외상이라도 뇌 기능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반복될수록 미세 출혈과 염증 반응이 축적돼 뇌 위축과 인지 저하가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머리 외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차량에서는 안전벨트를, 자전거·오토바이 이용 시 헬멧을 착용한다. 머리 충돌 위험이 있는 스포츠(축구, 스키 등)에서는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무리한 동작을 피한다. 또 가정에서는 미끄럼 방지 매트와 손잡이 설치, 밝은 조명 유지, 근력·균형 운동으로 낙상을 예방한다.
신체활동 부족(2%) 주 150분 이상 운동하고 오래 앉지 말기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인지 기능이 잘 유지되고 치매 위험은 낮아진다. 반대로 활동이 부족하면 뇌혈류가 줄고 신경 연결이 약화돼 인지 저하가 가속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혈류를 개선하고,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분비를 촉진해 신경세포 성장과 시냅스 활성을 돕는다. 특히 중·후년기에는 꾸준한 운동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주 150분 이상(하루 30분, 주 5회) 하고, 아령 들기나 스쿼트 같은 근력운동을 주 2회 이상 병행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청소·정원 가꾸기 등 일상 속 움직임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습관은 피하고, 30~60분마다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당뇨병(2%) 중년기 혈당 조절과 조기 진단·치료
당뇨병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손상과 염증 반응이 일어나 뇌혈류가 감소하고, 아밀로이드-베타 제거 능력이 저하되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중년기부터는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전문의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식단은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 통곡물,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아울러 주 150분 이상 유산소운동과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혈당 조절과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흡연(2%) 금연 실천과 금연 지원 강화
흡연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을 높인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5배 높지만, 금연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이 점차 낮아진다. 흡연은 혈관을 손상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뇌혈류를 저하시킴으로써 아밀로이드-베타 축적과 신경세포 손상을 촉진한다. 따라서 금연은 치매 예방의 기본이다. 금연을 돕기 위해 금연 클리닉이나 보건소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니코틴 패치·껌·흡입제 등 보조요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혈압(2%) 중년기부터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복용
중년기 고혈압은 치매와 인지 저하 위험을 높인다. 혈압이 높으면 뇌혈류와 산소 공급이 감소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이로 인해 인지 기능 저하가 가속될 수 있다. 반면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고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사람은 인지 기능을 더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중년기, 특히 40세 전후부터는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주 1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고, 수치가 높으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나트륨 섭취는 하루 5g 이하로 제한하고, 주 15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며, 금연·절주와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혈압 조절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1%) 식사량 조절과 가공식품·단 음료 제한
중년기의 비만은 후년기 치매 위험을 1.5~2배 높인다. 특히 복부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과 뇌 염증을 유발해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적게, 균형 있게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과식을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며, 채소·통곡물·콩류·견과류 중심의 식단을 유지하고 가공식품·패스트푸드·단 음료 섭취는 줄인다. 또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주 150분 이상 유산소운동과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체지방을 줄이고 뇌혈류 개선에 도움이 된다.
과음(1%) 중년기부터 절주와 '금주일' 실천
과도한 음주는 치매 위험을 높인다. 특히 만성적인 음주나 알코올 중독은 해마 위축과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하는 강력한 위험요인이다. 알코올은 뇌에 직접적 독성으로 작용하며, 비타민B1 결핍을 일으켜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같은 인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1잔 이하로 제한하고, 주 2~3일은 반드시 '금주일'로 두도록 권고한다. 또 폭음(소주 1병 이상 또는 맥주 4캔 이상)은 신경 손상과 인지 저하를 가속하므로 피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5%) 지속적인 교류와 정서적 지지 체계 유지
사회적 교류가 줄면 인지 자극이 감소하고, 외로움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65세 이후에도 꾸준히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막이 돼, 인지 기능 유지뿐 아니라 우울증 예방과 삶의 만족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사회적 연결망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와 자주 통화하거나 만나고, 봉사활동·동호회·종교·마을 모임 등에 참여해 사회적 관계를 넓혀야 한다. 지자체나 주민센터의 문화·취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기웅 교수는 "인지 활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혼자 하는 인지 활동은 양과 질 모두 한계가 있고, 정서적으로도 취약하다. 정서적 지지 체계가 중요하다. 그러나 만날 사람이 없거나 물리적 거리, 경제적 이유 등으로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방문 서비스 등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오염(3%) 개인 노력만으로 한계, 정책적 대응 필요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뇌로 이동해 신경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장기간 노출되면 뇌 위축과 신경세포 손상을 촉진한다. 실제로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보고됐다. 대기오염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배출 규제 강화, 녹지 확충,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KF94 마스크를 착용한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 사용과 주기적인 환기·청소로 노출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염증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력 저하(2%)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조기 교정
시력 저하는 인지 저하와 사회적 고립의 위험을 높인다. 시력이 떨어지면 시각 피질에 대한 자극이 줄어들어 신경 연결망이 약화되고, 외출을 꺼리게 되면서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시력 검진과 조기 교정이 필수적이다. 40세 이후에는 1~2년마다, 60세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고 필요시 안경·콘택트렌즈 착용, 백내장 수술, 황반변성 치료 등 적절한 교정을 시행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20-20-20 법칙(20분마다 20초간 20피트, 즉 약 6m 이상 먼 곳을 바라보기)을 실천해 눈의 피로를 줄인다.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 조명을 밝게 유지하고, 낙상 예방을 위한 환경 정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14가지 치매 위험요인은 전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충분한 교육을 통해 예비 인지 기능을 쌓는 것이 핵심이다. 중년기에는 고혈압, 비만, 당뇨병, 고LDL콜레스테롤 등 대사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후년기에는 시력 저하를 조기에 교정하고, 사회적 고립을 피하며,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뇌혈류와 신경 활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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