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헝가리 오르반에게 ‘선물’…“러 석유수입 제재 면제”

유럽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끊으라고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헝가리의 러시아 석유 수입은 눈감아주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유럽의 트럼프’를 자처해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정치적 선물을 안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에프페(AFP) 통신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오르반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헝가리는 위대하고 큰 나라지만 (내륙국이라) 바다가 없다. 항구가 없으니 (에너지 공급에)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며, 헝가리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대한 제재 면제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대신 헝가리는 6억달러(약 8700억원)어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회담 후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미국이 헝가리에 석유와 가스 (수입) 제재에 대해 전면적·무제한적 면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아에프페에 “헝가리에 부여된 면제는 단 1년만 유효하다”고 바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100%의 ‘2차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는 등 각국에 러시아 에너지를 사지 말라고 압박해왔다. 실제로 인도에는 이를 구실로 50%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중국과 유럽을 향해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멈추라고 촉구해왔다. 석유 수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자금줄이란 이유에서였다.
특히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이례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많이 수입해온 나라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헝가리는 석유의 86%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수입 비중을 오히려 늘린 결과다. 친러시아 성향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에도 어깃장을 놓아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헝가리만 ‘특별 대우’해준 건, 오르반 총리가 러시아와 밀착하는 동시에 ‘트럼프 팬’을 자처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 이전인 지난해에만 세차례 미국 플로리다주 트럼프 대통령 저택에 찾아가 회동할 정도로 그에게 공을 들였다.
지난해 5월엔 유럽의회의 극우 성향 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를 결성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반성소수자 정책 등에 찬동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 극우 지도자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토네이도’가 불과 몇 주만에 세상을 바꿨다”고 기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르반 총리가 “유럽의 대단한 지도자”라며 공공연히 칭찬해왔다. 그가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해 회담을 추진했을 때 회담 장소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골랐던 배경에도 오르반 총리와의 친분이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에도 오르반 총리를 챙겼다. 그는 기자들에게 “유럽연합은 헝가리와 이 지도자(오르반)를 아주 아주 강하게 존중해야 한다. 그는 이민 정책에서 항상 옳았기 때문”이라며 “유럽인들은 그에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정부가 유럽연합 이민 정책을 어겨 재정적 제재를 받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제재) 유예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띄는 양보로 평가된다”며 “오르반 총리에겐 이번 백악관 회담이 내년 봄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상징적이지만 중요한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성향 지도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구원투수’가 돼준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일 아르헨티나를 위해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 통화스와프 등 최대 400억 달러(58조원) 지원 방침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 소속 정당 자유전진당이 선거에서 지면 “아르헨티나를 돕기 어렵다”고 밝히며 내정간섭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자유전진당은 40% 이상 득표율로 압승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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