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육사 출신·아스팔트 군인’ 전성시대…영관 장교 진급 독점

올해 육군 영관급 인사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과 ‘아스팔트 군인’의 진급 독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팔트 군인’은 전방부대가 아니라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 등에서 근무하는 군인을 뜻한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한테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28일 중령 진급한 군인은 553명으로 진급 대상자(3730명)의 14.8%였다. 9월26일 대령으로 진급한 군인은 186명으로 대상자(2810명)의 6.6%였다.
육군 영관급 장교 진급 결과를 보면, 육사 출신 중령 진급자의 경우 대상자 308명 중 140명으로 선발률이 45.5%, 육사 출신 대령 진급자는 대상자 684명 중 103명으로 15.1%였다. 영관급 장교는 2~3차례 진급 기회가 있어 실제 육사 출신의 최종 중령·대령 진급률은 이 보다 더 높다. 반면, 비육사 출신의 경우엔 중령 선발률은 12.1%(3422명 중 413명), 대령 선발률은 3.9%(2126명 중 83명)에 그쳤다.
현재 한국군 장교 양성체계는 사관학교, 학군사관(ROTC), 학사사관, 3사관학교 등으로 다양하다. 매년 소위로 임관하는 전체 육군 장교 가운데 육사 출신은 3.7% 가량인데 계급이 높아질수록 육사 출신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육해공군 전체를 봐도 위관급에서 사관학교 비중이 12~14% 가량인데 영관급으로 가면 거의 절반 수준(41~44%)이 된다. 장군 직위로 가면 사관학교 출신이 80% 안팎을 차지하고 학군, 학사, 3사는 모두 합쳐도 20% 가량이다.
이런 차이는 육사 등 사관학교 출신은 소령 이상 장기 복무를 전제로 양성하고 비육사 출신은 처음부터 대위까지 단기복무를 상정한 인사 괸리제도에서 비롯됐다. 군 당국은 소대장 요원 등 단기복무 초급 간부를 대거 확보해 이들 중 일부 장기복무자만 군에 남기고 나머지는 전역하게 하는 ‘대량 획득·대량 손실’ 인사관리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인사관리방식과 이로 인한 진급률의 차이는 우수한 인력이 처음부터 학군, 학사사관에 지원을 꺼리게 만든다. 육사 출신이 군 지휘부를 독점해 12·3 내란 사태처럼 육사 선후배 네트워크 같은 사적 인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도 벌어진다.

소속 부대별 진급 편차도 두드러졌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등 정책부서, 최상급부대 근무 경력자의 중령 선발률은 57.8%(대상자 166명 중 96명), 대령 선발률은 14.2%(586명 중 83명)였다. 반면 사단급 이하 부대와 교육기관 등은 중령 선발률이 10.7%(2천913명 중 311명), 대령 선발률이 3.1%(1천654명 중 52명)로 불과했다. ‘아스팔트 군인’이 야전에서 근무하는 군인보다 진급과 보직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결과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육군 장교들 사이에선 근무 여건의 좋고 나쁨을 도로 포장을 기준으로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전국 어디나 도로가 포장돼 있지만, 1980년대까지는 서울 이북의 경기도, 강원도 지역 전방부대에는 비포장 도로가 많았다. 이 지역에서는 훈련을 할 때 흙길을 따라 이동하면 뿌연 흙먼지를 마시고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이와 달리 서울의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대도시에 있는 부대,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근처에는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다. 전방 야전부대에 근무하는 장교들은 서울이나 육군본부에 근무하는 장교들을 아스팔트 군인이라고 불렀다.
아스팔트 군인은 인사평가와 진급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쉽다. 영관급 아스팔트 군인들은 고위 지휘관의 수행부관, 비서실, 정책부서 등에서 근무하는데, 이들의 상관이 군 인사권자이거나 인사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일선 부대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 장교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군 전체의 사기와 직결된다. 군 당국은 출신과 보직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진급 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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