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후 경주가 달라진다 4] 황리단길과 고분공원

경주 APEC 이후 경주 최고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과 이에 잇닿아 있는 대릉원과 봉황대 등의 고분공원 일대에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어나며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경기에도 활성화 바람이 불어 상가에도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황리단길 주변은 물론 경주지역 일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잠을 자야할 숙박업소를 예약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소식이 흔하게 들려온다.

■ 황리단길에서 금리단길로
경주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은 APEC 이후에도 여전히 경주의 대표 관광지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리단길은 이제 '24시간 살아 있는 거리'로 진화했다. 낮에는 카페와 공방, 지역 식당들이 북적이고, 밤이 되면 대릉원 미디어파사드 관람객이 몰리면서 골목 전체가 문화형 상권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황리단길 인근 숙박시설은 특히 주말이면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도 20% 이상으로 늘었으며, 특히 일본·동남아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상인들은 "대릉원 야간쇼를 보고 황리단길로 이어지는 관광 루트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며 "식사와 쇼핑, 거리공연까지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이 본격화됐다"면서 지속적인 문화관광의 거리를 위한 정책을 희망했다.
경주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황리단길~대릉원~첨성대, 금리단길을 잇는 도심 순환형 '야간문화거리'를 조성 중이다. 도보 전용 구간을 확대하고, 경주로ON 앱을 통해 관광정보와 공연 일정을 실시간 제공해 방문객의 이동 동선을 최적화 하고 있다.

■ 대릉원, 미디어파사드로 천년을 비추다
대릉원 일대의 변화는 경주의 밤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은 신라 왕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형 야외 미디어쇼로 개막 이후 한 달간 2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왕릉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빛의 파도, 신라 별자리를 형상화한 조명 연출은 고분군을 거대한 예술무대로 변모시켰다.
특히 '금관의 빛'과 '왕의 길'이라는 주제 공연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최고의 포토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금관총 출토 금관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황금빛 파사드와, 신라의 영혼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영상미는 SNS에서 '경주의 새로운 야경 명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첨성대, 천문과 미디어의 만남
첨성대는 APEC 이후 또 한 번의 부활을 맞이했다. '별이 빛나는 신라의 밤'을 주제로 진행 중인 야간 미디어 프로그램은 첨성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입체적 조명 연출로, 천문과 과학, 예술이 결합된 융복합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천년 전 신라의 천문학을 현대 미디어 기술로 재해석해, 별자리와 달의 움직임을 실시간 투사한다. 방문객이 스마트폰을 하늘로 비추면, AR 화면을 통해 첨성대 위로 별자리가 떠오르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하다.

■ 고분공원 일대, '역사와 빛의 산책길' 조성 희망
대릉원과 첨성대를 중심으로 한 고분공원 일대는 이제 '역사와 빛의 산책길'로 발전시켜 나가는 제안이다. 봉황대 고분군을 비롯한 고분지대에는 은은한 조명과 음향 장치가 설치되어, 방문객이 걷는 동선에 따라 빛의 강약이 달라지는 체험형 조명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지속적으로 관광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고분정보센터는 '디지털 왕릉 해설 프로그램'과 고분 쌓기와 고분마다 특별한 내용을 설명하는 AI 해설사가 금관총·서봉총·금령총의 구조와 출토유물을 3D 그래픽으로 설명하며, AR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스마트기기 화면에서 금관을 직접 착용해보는 체험 등의 도입도 희망하고 있다.

■ 시민과 상인이 함께 만든 변화
황리단길과 고분공원의 변화 뒤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다. 주변 상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메뉴판과 포토존을 설치하고, 일부 식당은 신라왕경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했다. 골목 곳곳에는 버스킹 공연과 야간 플리마켓이 운영되며, 상인연합회는 주말마다 '빛의 거리 캠페인'을 통해 방문객 맞이에 나선다.
경주시는 이와 연계해 황리단길 일대 공영주차장 확충, 무장애 보행로 정비, 노점정비 및 간판개선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상권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대릉원과 첨성대를 잇는 야간문화벨트는 APEC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 중 하나"라며 "문화유산을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예술과 관광의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경주의 미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경주의 고분공원은 더 이상 낮에만 찾는 관광지가 아니다. 미디어와 예술, 첨단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역사 체험 공간으로, 낮에는 고요하고 밤에는 찬란한 도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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