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QR코드로 주문하고 갓 튀긴 신라면 맛봤죠"...라면천국 변신한 구미역 앞
갓 튀긴 라면·최신 라면 맛볼 수 있어
모바일 주문 뒤 시식 장소서 식사
"낙후된 썰렁한 구도심 살리려는 기획"

한 시간 만에 주문이 200개 넘게 들어온 거 같아요
구미라면축제에 참가한 최수인씨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사 맞은편. 농심과 구미시가 주최한 '2025 구미라면축제'에 참가한 최수인(26)씨는 "지난해 행사가 워낙 잘 됐다고 듣고서 도전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미 시내에서 도시락 가게를 하는 그와 직원들은 쏟아진 주문에 고개를 들 틈도 없었다.
그는 맛있으면서도 빨리 만들 수 있는 라면을 고심한 끝에 4개 후보 중 낙점한 '우삼겹 얼큰순두부라면'으로 도전했다. 판매 가격이 9,000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심사 항목이라 원 재료 가격도 고민해야 했다. 이날 오후 2시 축제 시작 한 시간 만에 하루 1,000인분씩 준비한 물량 중 5분의 1이 팔렸다.
2022년 시작해 올해 4회를 맞는 이 축제는 475m 도로에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 콘셉트로 차려졌다. 역사는 짧지만 인근 농심 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을 살 수 있고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어 단숨에 '핫'한 축제로 성장했다. 2024년에 17만 명이 다녀갔고 이 중 48%가 구미 바깥에서 찾아왔다. 지난해만 15억 원 규모의 소비 창출 효과를 거두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도 'K푸드' 라면 요리사 경연

참여 열기도 뜨거워졌다. 외국인 참가자들의 요리 경연 '글로벌 라면 요리왕'에서 국밥 육수를 접목한 라면으로 우승한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리의 아내는 "대구에 살고 있다"며 "지인이 라면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참가를 권유해서 왔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온 김모(35)씨는 "첫째 아들이 라면을 좋아해 지난해에도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보고만 갔다"고 했다. 그는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고 주문도 모바일로 할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다"면서 "새로운 라면을 맛보며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엄마와 한 그릇을 나눠 먹은 첫째는 두 번째로 자신이 꼽은 '통오징어 해물 라면'을 맛보느라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골목마다 시식장소... 메인 도로 혼잡 피해

축제 현장 여기저기에서 QR코드를 통해 주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메인 거리 옆 골목 곳곳에 라면 먹는 공간을 확보해 메인 거리도 복잡하지 않았고 잔반 및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레시존'을 설치해 청결에도 신경을 썼다.
농심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최근 선보인 '신라면 김치볶음면'과 프리미엄형 '신라면 블랙'을 맛볼 수 있게 했다. 2년 걸려 만든 김치볶음면은 단맛과 매운맛을 조합한 '스와이시(Swicy·Sweet+Spicy)' 트렌드를 반영했다. 개발에 참여한 스프개발3팀의 오은지 책임은 "글로벌 브랜드인 신라면의 면과 한국의 맛으로 알려진 김치,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을 더했다"며 "맛있는 김치의 맛이 이 제품의 킥"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제품 이미지를 입구에 놓아뒀고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농심 구미공장에서 갓 튀긴 라면 꾸러미를 팔았다.
농심,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 시식도

이 축제의 뿌리는 구미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농심 구미공장이다. 1991년 가동해 1999년 신공장으로 바뀌었고 이후 인공지능(AI)과 로봇까지 더해지며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했다.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고속 라인에서 분당 600개, 하루에 600만 개를 만든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하루에 하나씩 먹을 수 있는 규모다. AI 기반 검사 시스템 등으로 제품 중량이나 포장 등을 검수해 현장에선 직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①갓 튀긴 라면 ②도심 속 축제 ③신선하고 이색적 명품 미식 축제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낙후된 지역 역 앞의 썰렁한 구도심을 살리려는 기획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면서 "인근 카페와 국숫집,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도 온기를 불어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미=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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