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이 그리운 토트넘…손흥민의 겨울 ‘유럽 복귀’ 이뤄질까
거액 이적료·짧아진 휴식기 등으로 장애물 많아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는 긴 시간 염원한 메이저 트로피를 든 뒤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계약 기간이 2년 남았음에도 유로파리그 우승을 일군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과감히 결별하고 브렌트포드에서 역량을 발휘하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선임했다. 24년 동안 토트넘 구단의 수장이었던 다니엘 레비 회장도 지난 9월 물러났다. '장사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 판매, 경기장 신축, 흑자 구조 전환 등 구단 경영에서 획기적 역할을 한 레비 회장이었지만 변화의 바람 속에 쓸려나갔다.
주장 손흥민의 이적은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변화였다. 2015년 합류한 뒤 토트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고 나서 지난 10년간의 런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양한 제안 속에서 최종적으로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FC(LAFC)를 행선지로 정하며 새로운 축구 챕터를 열었다.

손흥민 영입 후 LAFC 수익 급증, 토트넘은 급감 '대조적'
LAFC 합류 후 손흥민은 연일 상종가다. 정규리그 10경기에서 9골 3도움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인 MLS컵 16강 1·2차전 모두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LAFC는 손흥민의 합류로 드니 부앙가와 리그 최강의 투톱을 구축하게 됐다. 손흥민-부앙가의 이른바 '흥부 듀오'가 결성되면서 LAFC는 손흥민이 출전한 12경기에서 30골을 기록, 경기당 2.5골의 무서운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8승3무1패로 승률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LAFC가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한 효과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손흥민 영입 후 LAFC의 유니폼 판매량은 300%가량 급증했고, 유튜브를 비롯한 SNS 지표도 2배 이상 증가했다. 홈경기 티켓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홈구장인 BMO 스타디움에는 LA 한인교포들이 몰리며 태극기가 넘실거리고 있다. 원정 경기 관중도 손흥민 덕에 17% 늘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LAFC를 넘어 MLS 전체의 경제 구도를 흔든 것이다.
반면 손흥민이 떠난 토트넘은 그 공백을 여러 면에서 절실히 느낀다. 우선 유니폼 판매량과 입장 티켓, 스폰서 수익이 급감했다. 특히 유니폼 판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일본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던 손흥민이 떠나면서 구매 분위기가 사라졌다. 아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도 토트넘에서 철수를 준비 중이다. 매 경기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을 찾던 한국인 팬들도 실종됐다. 홈경기 때마다 유니폼, 티켓 판매로 50억원 이상을 책임지던 손흥민의 '팬덤 경제'가 순식간에 증발한 것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손흥민 부재는 두드러지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2년 동안 해리 케인, 손흥민이 차례로 떠나며 젊은 선수 중심으로 재편 중이지만 경기력이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중이다. 프랭크 감독 체제에서 초반 번리와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리그 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8경기에서 3승2무3패를 기록 중이다. 특히 홈 승리가 개막 경기인 번리전뿐이다. 가장 최근 열린 첼시와의 10라운드 홈경기에서는 0대1로 패했는데 슈팅 3개, 유효슈팅 1개의 빈공을 보여 팬들의 야유를 샀다.

소속팀·대표팀 집중하며 월드컵 준비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경기 후 벌어진 일도 큰 논란이 됐다. 패배 후 일부 선수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프랭크 감독을 무시하고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주장이자 수비의 중심인 미키 판더펜까지 그런 행동을 해 선수들이 프랭크 감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됐다.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주장이던 시절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경악했다. 과거 손흥민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늘 팬들에게 인사했고, 감독을 비롯한 팀원들과 스킨십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솔선수범을 다른 선수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의 존재감을 벌써부터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일간지 '더선'은 "손흥민이 LAFC로 이적할 당시 계약서에 유럽 복귀가 가능한 단기 임대 옵션을 포함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그는 오프 시즌 동안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클럽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조항은 과거 데이비드 베컴이 활용한 모델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2개월 단기 임대를 올 가능성에 대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MLS에서 뛰고 있는 슈퍼스타들의 유럽 단기 임대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베컴이다. 2007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LA 갤럭시로 이적했던 베컴은 MLS 시즌이 종료된 뒤 휴식기를 이용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나 이탈리아 명문 클럽인 AC밀란으로 임대돼 유럽 무대에서 뛰었다. 30대 중반에도 여전한 경쟁력을 증명한 베컴은 결국 LA 갤럭시와의 계약이 종료된 뒤 파리 생제르맹과 5개월 계약을 맺고 자신의 커리어를 유럽에서 마쳤다.
티에리 앙리도 비슷한 발자취를 남겼다. MLS의 뉴욕 레드불스에서 뛰던 앙리는 2012년 1월 자신이 최전성기를 보낸 아스널로 2개월 단기 임대를 떠났다. 당시 앙리는 FA컵에서 결승골을 터트리고, 아스널이 4위로 도약하는 중요한 리그 경기에서 득점하며 낭만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MLS가 3월에 시작해 11월에 시즌을 마치는 춘추제인 반면, 유럽은 8월에 시작해 4월말 시즌을 끝내는 추춘제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단기 임대가 가능하다. 베컴과 앙리의 사례가 재현돼 손흥민이 유럽으로 돌아온다면 그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토트넘이 가장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흥민의 단기 임대가 현실화되기엔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손흥민은 FA 신분으로 이적료 없이 왔던 베컴·앙리와 달리 LAFC가 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귀한 선수다. 옵션이 존재할 순 있지만, 그 발동 조건은 LAFC에 많이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임대 기간도 문제다. MLS는 내년 6월과 7월에 열리는 북중미월드컵 때문에 시즌 도중 휴식기가 생겨 일정이 빠듯하다. 베컴과 앙리가 뛰던 시절에 3월 중순 개막하던 MLS는 올해 2월22일 개막했다. 시즌 종료 시점은 12월6일이다. MLS가 북중미월드컵에 대비해 올해 클럽월드컵을 치르며 일정을 시뮬레이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 시즌 일정도 2월 중순경 개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실제 손흥민이 뛰는 시간은 한 달가량 된다.
손흥민의 몸 상태도 변수다. 춘추제로 치르는 시즌에 맞춰 겨울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MLS는 과거 베컴과 앙리가 뛰던 시절보다 더 늘어난 경기 수와 잦은 원정으로 인한 이동 거리 때문에 몸 관리가 중요한데, 30대 중반의 손흥민에겐 민감한 요소다.
오히려 인터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처럼 소속팀과 대표팀에만 집중하며 다가올 월드컵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손흥민 자신도 희망하듯 겨울 휴식기를 이용해 런던을 방문, 토트넘 홈 팬들과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가능하다. 한국에서 열린 프리시즌 투어 중 토트넘과의 결별을 발표하고 바로 미국으로 날아갔기에 지난 10년간 토트넘을 위해 헌신한 데 대한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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