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야구는 사람이 한다, 그 사람을 챙겨야 한다… SSG가 청라돔을 향해 가는 방법 [김태우의 쓱크랩북]

김태우 기자 2025. 11. 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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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가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노력은 물론 이들을 물밑에서 지원한 프런트의 방향성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하고 구단 프런트로 변신한 추신수 SSG 구단주 특별 보좌역 및 육성 총괄은 시즌 중반 하나의 욕심을 드러냈다. 주위에서 이야기하던 지도자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추 보좌역은 “육성에 더 신경을 써 올인하고 싶다”고 했다.

구단주 특별 보좌역은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을 그리고, 구단과 모기업의 가교가 되는 직책이다. 그러나 KBO리그 역사에 없던 직책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명예직인 경우가 많지만, SSG에서는 구단 실무에 굉장히 깊숙하게 들어가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완전히 다시 만들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신이 없었던 추 보좌역은 “이제 특별 보좌역의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부터는 육성에 올인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추 보좌역은 올해 구단 내규에 따른 공식적인 연봉은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그 연봉을 선수단에 기부했다. 억대의 금액을 포기하는 대신, “강화 퓨처스팀(2군) 시설에 놓은 훈련·치료 장비 구매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실제 구매가 이뤄져 현재 퓨처스팀 선수들이 요긴하게 활용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최신 장비 도입으로 선수 부상 회복 속도 및 훈련 효율이 좋아졌다”고 했다.

추 보좌역은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마이너리그 각 레벨을 모두 거쳤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마이너리그에서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현재 미국 내 인맥이 넓어 여러 구단 관계자들에게 “메이저리그의 현재 육성 시스템은 어떠한가”를 묻고 다녔다. 직접 미국에 초청을 받아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20년 전과 지금 시스템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역시 기본은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최고의 기량을 끌어낼 수 있게 최고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 팀의 과학적 육성 시스템 구축에 올인하며 올해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낸 추신수 보좌역 ⓒSSG랜더스

추 보좌역은 팀 육성의 시작은 피지컬 경쟁력 강화라고 봤다. 그 결과 올해 SSG 코칭스태프 인사 방향의 특징은 스트랭스와 트레이닝 파트의 강화가 상당히 굵직한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에서 활용하는 VALD(운동능력 측정장비) 시스템 등 과학적 데이터 측정 장비를 도입하고 그 활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적극적인 활용은 어려웠는데 올해 이 시스템까지 완비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근력, 밸런스, 움직임의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매주·매월 단위로 선수들의 성장 추이를 분석하는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추 보좌역은 이숭용 1군 감독, 박정권 퓨처스팀 감독과도 긴밀하게 논의하며 상향식 인재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 감독과 추 보좌역은 현역 시절부터 감독과 주장으로 팀 전반적인 미래 방향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하는 사이였다. 추 보좌역은 2군 코칭스태프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즉시 전력감 추천 및 육성 방향을 조율했고, 퓨처스팀 및 육성팀과 조율된 내용을 이 감독과 논의하며 접점을 찾아갔다.

결정권을 가진 이 감독 또한 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올해 SSG가 여러 어린 선수들을 1군에 불러 올려 실험한 것, 메이저리그 투어를 통해 체계적인 관찰 시스템을 구축한 것, 그리고 이렇게 올라온 선수들을 그냥 두지 않고 어떻게든 평가의 장을 여는 등 팬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다 이런 프로세스의 구축이 그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 추신수 보좌역은 2군에서의 육성 시스템 정비는 물론 2군 코칭스태프와 1군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몫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SSG랜더스

이렇게 아래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사이, 김재현 SSG 단장은 1군 전력의 실질적인 강화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우선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코칭스태프 개편이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단장이 데려온 경헌호 투수 코치,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는 올해 SSG 마운드 안정에 큰 몫을 하며 팀의 정규시즌 3위를 이끌었다. "웬만한 FA 영입 못지않은 대박"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김 단장은 LG 프런트 시절부터 경 코치의 능력을 눈여겨보고 있었고, 젊은 투수들의 스텝업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하고 직접 영입을 추진해 이 감독에게 추천했다. 경 코치는 기술적인 코칭으로 선수들의 능력은 끌어올림은 물론, 올해 체계적인 이닝 관리와 회복 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들이 시즌 내내 일정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투수 교체 등도 철저하게 준비해 이 감독에게 순간순간마다 여러 가지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세리자와 코치 또한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조형우 이율예 지도에 열을 올렸고, 두 선수는 올해 팀에서 가장 도드라진 성장세를 선보인 어린 선수들로 뽑힌다. 세리자와 코치는 젊은 포수들을 대상으로 기술적 훈련과 멘탈 관리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 김재현 단장은 시즌 전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팀 반등의 초석을 다졌고, 외국인 선수 영입 등도 성공적으로 마치며 팀을 뒷받침했다 ⓒSSG랜더스

팀이 경쟁균형세(샐러리캡) 문턱에 걸려 외부 선수 영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김 단장이 성사시킨 두 건의 트레이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다. 시즌을 앞두고 단행한 김민 영입은 올해 SSG 불펜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 군 문제를 해결한 20대 중반의 자원이고 선발 전환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 만큼 올해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에 부족한 우타 외야수를 채우기 위해 시즌 중 단행한 김성욱 트레이드는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과 활용성으로 이어지며 팀의 급한 불을 껐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부임 이후부터 추진한 ‘계획적 리쿠르팅’과 ‘즉시 대응력’ 강조가 효과를 발휘하며 성과를 냈다. 단순히 좋은 선수 영입이 아니라 팀 철학과 현장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 설계라는 점에서 기존 외국인 선수 관리 시스템과 차별성이 있었다. 여기에 다른 팀에서도 관심을 받은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심한 모습까지 다 챙긴 게 김 단장이었다. 선수단 시설과 주거 환경 등을 VR로 만들어 직접 소개했고, 차량 지원 및 생활 밀착형 케어 시스템도 운영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고민하던 드류 앤더슨이 끝내 잔류한 것, 3개 이상의 구단이 붙어 경쟁했던 미치 화이트를 잡은 것 또한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추 보좌역과 김 단장이 서로의 영역을 세분화해 발로 뛰는 사이, 이를 총괄하고 방향을 진두지휘한 김재섭 대표이사의 리더십도 올 시즌을 돌아볼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김 대표이사는 구단 내에서 ‘워크홀릭’으로 손꼽힌다. “사장님이 너무 열심히 일해 직원들이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널리 통용될 정도다. 그만큼 직원들의 신뢰도 깊고, 일 잘하는 사장으로 평판이 자자했다. 김 대표이사는 “선수단이 행복해야 팀이 강해진다”는 지론을 가지고 1·2군 모두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트레이닝 시스템, 의료·시설 인프라는 물론 선수단 복지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며 달라진 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 이숭용 감독과 김재현 단장은 현장과 프런트를 대표해 유기적인 전력 구성을 만들어냈다 ⓒSSG랜더스

김 대표이사는 식단부터 확 바꿨다. 가장 이색적인 사례가 ‘야식 제공’이다. 기존에는 선수들이 알아서 챙기던 야식이지만, 여건의 한계상 정크 푸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이사는 “먹을 것이면 차라리 건강하게 먹자”면서 전문 영양사의 계획이 담긴 균형 잡힌 영양 야식을 제공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요구한 최신 고주파·충격파 치료기기 등 고기능 장비 도입를 망설임 없이 결재했고, 배트·글러브·신발 등 기초 장비 규모의 투자 또한 대폭 확대했다. 장비와 트레이닝 시스템을 동시에 강화한 복합 투자는 단순한 물적 지원을 넘어 과학적으로 설계된 경기력 유지 체계의 기반으로 이어졌다.

퓨처스팀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졌다. 과학적 육성 시스템 원년을 선포한 SSG는 많은 것이 새로 필요했지만 김 대표이사의 저돌적인 투자 의지 속에 하나하나씩 모습을 갖춰갔다. 현장에서 요청한 VALD(운동능력 측정 장비), 기능성 움직임 검사(FMS), 체성분 분석 장비가 올해 한꺼번에 강화 시설에 설치됐다. 2군 선수들의 훈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드 파트너 인원도 두 배를 썼고, 선수단 휴게 공간을 확충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도모했다.

선수단 ‘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점도 기존 대표이사와 차별화된 부분으로 선수단의 호평을 모았다. 야식은 물론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도록 패밀리룸을 신설해 가족들이 걱정되는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가족이 함께 하는 구단 문화가 중요하다는 김 대표이사의 지론이 잘 묻어났다.

▲ 김재섭 대표이사는 사람 중심의 구단 운영을 천명했고, 선수단 복지에서 많은 신경을 쓰며 구단의 자긍심을 이끌어냈다 ⓒSSG랜더스

1군에 콜업된 어린 선수들이 마땅한 거처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을 보고 해당 선수들의 인천 내 숙박 지원을 대폭 확대했고, 외국인 선수 가족에 대해서도 맞춤형 케어를 제공해 모두가 하나라는 의식을 불어넣었다.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도 비활동 기간 동안 자기개발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통합 복지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여기에 경기 종료 후 진행되는 시상 부문도 확대하고, 단순한 기록뿐만 아니라 번트·희생타·수비 등 팀에 헌신한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시상하고 있다. 이는 선수단으로 하여금 “우리의 환경이 다른 팀보다 더 낫다”는 확신을 주면서 동기부여와 팀 자긍심 고취에 큰 마중물이 됐다.

올해 선수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뒤에서 민 이 지원자들은 이제 올해 구축한 시스템의 유지 발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2028년부터 시작될 ‘청라 시대’를 정조준한다. 김재현 단장은 청라돔 개장을 전후해 팀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 구축에 골몰하고 있다. 팬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성적으로 보답한다는 각오다. 추신수 보좌역은 그 청라 시대를 만들어나갈 차세대 자원 육성에 올인하고 있다. 지금도 스카우트 팀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명 대상자들의 잠재력을 눈에 담는 동시에 강화 선수단 점검에 여념이 없다.

김재섭 대표이사는 현재 선수단 기조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지휘하고 발전시킴과 동시에 청라돔 TF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인사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청라돔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청라돔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2025년 3위를 차지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SSG는, 2026년에도 호성적과 흔들림 없는 육성 체계로 이 분위기를 더 크게 물결치게 만든 뒤 우승 도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청라돔에 입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재섭 대표이사, 김재현 단장, 추신수 보좌역, 이숭용·박정권 1·2군 감독까지 모두가 그 ‘사람 중심’의 틀 안에서 방향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반갑다. /SSG 담당기자

▲ 청라돔 시대에 핵심적인 인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김재섭 대표이사(오른쪽)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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