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연금으로 국민 우롱하나”…사망보험 연금화에 ‘부글부글’ 왜? [언제까지 직장인]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2025. 11. 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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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홍보와 달리 월 6만원대 가장 많아
금융당국, 실효성 논란에 “선택권 제공 차원”
경기가 바짝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어찌하든 자신의 주된 커리어를 접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입니다. 갑자기 다가온 퇴직은 소득 단절뿐 아니라 삶의 정체성 마저 집어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의 무게와 행복감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부(富)의 확대에 치중했다면 은퇴 후에는 ‘현금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매주 연재하는 ‘언제까지 직장인’에서는 연금테크(연금+재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종신보험 연금전환 하려고 보험사 갔더니 결국 해약 환급금을 20년으로 나눠 받는거더라” “고작 월 6만원, 우롱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탁상행정 그 자체” “명칭부터 잘못됐다.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아니라 ‘해지환급금’ 유동화 아닌가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금융당국이 종신보험 연금전환에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다” “이거 보험사 역마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상품 아닌가요”

사망보험금을 생전 연금처럼 나눠받는 ‘사망보험 연금화’가 지난달 30일부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비판 글들이 쏟아지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모습입니다.

‘일하는 노인’ 700만 시대. 일자리박람회에서 고령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보험사를 시작으로 ‘사망보험금 연금화’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 계약은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입니다. 보험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다양하지만 종신보험만 유동화 대상이 됐습니다. 유동화를 신청하려면 만 55세 이상이면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고, 보험료 납입도 완료해야 합니다.

또 계약기간과 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보험계약대출 잔액도 없어야 합니다.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계약은 41만4000건으로, 가입금액(사망보험금)은 23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시행된지 일주일 밖에 안됐지만 사망보험금 유동화제도가 정책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터져 나옵니다. 종신보험을 생전에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 평가 받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반응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신청하면 해약환급금을 가입자가 정한 수령 기간으로 나눈 뒤, 예정이율을 곱해 수령액이 산출되는데요.

사망보험 계약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금 5000만원, 예정이율이 7.5%인 상품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 1872만원을 납입한 40세 여성이, 유동화 가능 최대 비율인 90%로 20년간 노후자금을 받겠다고 55세에 유동화를 신청할 경우 연평균 76만 5000원을 20년간 받아 총 1530만원을 받습니다. 이는 월평균 환산 시 6만3750원 수준인데요.

사망 시 남은 가족에게 지급될 보험금을 포기해도 생활비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금융당국이 사망보험금 1억원을 예로 들면서 매월 12만원에서 31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자료 = 금융당국]
더욱이 유동화로 받는 노후자금과 사망보험금을 합해도 기존 사망보험금에 크게 못 미치는데요.

앞서 설명했던 사례의 경우 잔여 사망보험금은 500만원이라 20년 동안 받는 노후자금 1530만원과 합하면 총액은 2030만원입니다.

유동화를 하지 않았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5000만원과 비교하면 3000만원정도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래 받을 보험금을) 현재가치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유동화는 선택권을 제공한 제도일 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은 본질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유동화 관련 상담 이후 실제 연금전환 비율은 현격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의 보험설계사는 “전화문의는 많이 오고 있지만 연금전환 비율은 극히 낮은 게 사실이다”며 “처음엔 연금처럼 다달이 받는다고 해서 기대가 컸지만 실제 계산해보면 ‘이럴 바엔 그냥 둔다’며 돌아서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더욱이 영업현장에서는 ‘사망보험금이 크게 감소한다’는 설명과정을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향후 대규모 민원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직접 만난 고령층에서도 “몇 푼 받자고 초기사업비 많이 낸 종신보험을 해약하는 게 맞나” “서민들을 위한 상품인지 정말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 좋은 일만 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유동화 대상이 되는 계약 대부분은 20~30년 전 맺어진 5~7% 고금리 확정형 상품입니다. 즉 보험사는 계약을 유지할수록 부담이 되는데, 유동화를 시키면 역마진 부담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연금화는 고령층의 노후대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으나 실효성 논란과 종신보험 계약 파기로 인한 유족 보장 약화, 영업현장에서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 등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들은 연금으로 전환된 금액을 받은 날부터 15일, 신청한 날부터 30일 중 더 빠른 날짜에 계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금전환 땐 ‘과세 대상’ 꼭 확인 하세요”
종신보험 유동화가 시행 초기부터 정책당국간 엇박자가 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세무당국이 일정조건을 초과하는 종신보험 유동화 금액에 대해 연금소득으로 간주하고 ‘연금 소득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저축보험료 납부자들의 경우 기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하면 연금소득에 소득세(3.3%~5.5%) 및 이자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어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기존 종신보험에 ‘연금전환 특약’이 있으면 비과세 대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노후대비는 무엇보다 은퇴 시점 현금흐름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평소 자신이 얼마나 생활비로 쓰고 있는지를 비롯해 △은퇴하는 시점의 나이 △예상 수명 △물가 상승률 △투자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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