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254회, 13배 늘어난 ‘도심 마라톤’···“10분 거리에 1시간 반 걸려” 불편도 급증
“우회로도 없어 도로는 아수라장”
러닝 열풍에 4년 새 19회서 급증
최근 3년간 800여회 주말마다 ‘런’
상인 등 교통 불편에 항의 집회도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씨는 주말이었던 지난 2일 아내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섰다가 진땀을 뺐다. 평소 차로 10분이면 가던 시장까지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이날 도심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때문이었다.
이날 한 언론사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을 출발해 도심을 가로지른 뒤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끝나는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로 교통통제가 되면서 오씨처럼 불편을 호소한 시민들이 많았다.
오씨는 “좁은 옆길로 우회하려는 차들이 엉켜 시장 가는 길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내비게이션에 통제상황이 연동되지도 않았고, 통제하는 모범운전자들은 경찰이 아니니 우회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우회하려던 차끼리 접촉사고도 다투는 일도 있었다” 며 “전엔 이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좀 지나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근 러닝 열풍을 등에 업고 마라톤 행사도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9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총 254회 열렸고 참가 인원은 100만명을 넘었다. 2020년 19회에 불과하던 것이 2021년 49회, 2022년 142회, 2023년 205회를 거쳐 4년만에 13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회 시간에 마라톤 코스 주변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시민들은 교통 통제 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2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라톤 대회로)버스를 너무 오래 기다렸다’, ‘소음·쓰레기로 영업에 지장을 받았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마라톤에 항의하는 집회도 열렸다.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은 ‘반복된 마라톤 교통 통제로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한 언론사 주최 마라톤 코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항의했다.

마라톤 대회는 주로 언론사·스포츠 기업 등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연다. 주최 측은 많게는 1인당 7만~8만원 수준인 참가비와 기업 협찬 등을 챙긴다. 일부 수익을 공익사업에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최 측이 가져간다.
최근 3년간 807회나 열린 마라톤 대회의 교통통제를 위해 경찰 3만6212명이 투입됐다. 주최 측은 이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공익적 목적으로 통제만 할 뿐 별도로 비용을 (주최측으로부터) 분담받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개최 횟수를 조정하고 지역사회와 이를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배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우후죽순으로 대회가 늘며 대회 희소성도 떨어져 오히려 행사가치도 떨어졌다”고 했다. 또 “주로 민간기업이 주최하는데 진행에는 행정력이 동원되고 세금도 쓰인다”며 “우선순위나 대회 상징성, 지역 경제 효과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제한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특정 기업이 너무 자주 개최하지 않도록 하고, 공공시설물 사용 허가는 적절한지 등에 대해서도 스크리닝을 하며 개최 적정선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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