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번 실패 끝에 따낸 우승…KPGA 챔피온 된 야구 레전드 김용희 아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5. 11. 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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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마스터즈서 209전 210기
데뷔 17년 만에 KPGA 첫승 감격
아버지 유니폼 입고 경기해 화제
대부분 은퇴한 43세에도 맹활약
“죽을 때까지 골프 치는 게 목표
PGA 투어 챔피언스도 도전할 것”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KPGA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재호가 아버지 이름이 적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PGA
지난 2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 18번홀 그린에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안좋은 일이라도 있던 것일까. 실상은 정반대였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데뷔 17년만이자 209전 210기에 성공한 김재호가 흘린 감격의 눈물이었다. 18번홀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골프팬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김재호의 우승을 축하했다.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딸을 발견한 김재호는 울음을 멈추고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김재호의 우승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살아있는 전설인 김용희 2군 감독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고 골든글러브 등을 수상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사령탑으로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 등을 이끌기도 했다.

김재호 역시 처음에는 야구 선수를 꿈꿨다. 그러나 할머니의 반대로 야구가 아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남다른 DNA를 물려받아 운동 신경이 좋았던 김재호는 2008년 KPGA 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한 아버지처럼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몇 차례 출전권을 잃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재호에게 포기란 없었다. 누구보다 골프에 열심이었던 김재호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올해 43세가 된 김재호는 지금도 마음먹고 때리면 310야드 이상을 가볍게 날린다. 렉서스 마스터즈 우승을 확정한 1차 연장에서도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재호는 “매년 나이를 먹으면서 우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래도 골프가 너무 재미있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결과 그동안의 노력이 쌓여 이번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평소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던 김재호는 이번 대회 기간 아버지의 롯데 유니폼을 입고 16번홀을 치러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세리머니 등을 전혀 하지 않는 편인데 렉서스 마스터즈 흥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며 “아버지 응원가가 울려퍼지는 16번홀에서 아버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를 하게 돼 정말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는 내게 신과 같다. 언제나 나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아버지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40세가 넘어서도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누구보다 기뻐하신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이 은퇴하는 나이인 43세에 KPGA 투어 정상에 오른 비결은 철저한 몸 관리다. 김재호는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으로 음식 섭취, 수면 등까지 신경쓰고 있다.

김재호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관리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그런지 체력과 힘은 아직까지도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 50세가 넘어서는 시니어 무대를 누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프를 계속해서 치는 게 목표인 만큼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의 컨디션 관리를 돕고 있는 김희재 엔루틴 컨디셔닝연구소 박사는 최근 진행한 체력 등 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몸 상태가 상상 이상으로 좋다. 체력 등 여러 수치들은 20대 수준”이라며 “좋은 성적을 내는 베테랑들은 확실히 잘 치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회복적인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대회 기간 더욱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김재호는 발전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올해 그가 가장 신경쓴 건 드라이버 샷이다. 티샷이 흔들려 몇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김재호는 올해 정교한 장타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올해로 3년째 김재호를 지도하고 있는 안도은 스윙코치는 “스핀량을 500rpm 낮추기 위해 각별히 신경썼다. 클럽 피팅 등을 통해 이것을 교정한 뒤 공이 더욱 뻗어나가게 됐다. 여기에 거리까지 늘어나면서 플레이하는 게 더욱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린 주변에서는 이제 각 상황에 맞는 어프로치 샷을 구사하게 됐다. 안 코치는 “다양한 어프로치 샷 기술이 생겨서 그런지 그린 주변에서 이전보다 타수를 잃지 않게 됐다. 새롭게 익힌 기술들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골프를 치는 사람이고 싶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KPGA 투어 첫 우승을 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PGA 투어 챔피언스에 도전하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나만의 속도로 차분하게 전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KPGA 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재호가 아버지 이름이 적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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